인간의 노화는 44세 무렵과 60세쯤 두 번 나눠 극적으로 진행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교 연구팀은 14일 공식 채널 및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주름이 늘고 관절마다 통증을 느끼거나 갑자기 몸이 좋지 않게 되면서 노화를 실감한다. 스탠퍼드의대 연구팀은 인간은 일정한 비율로 서서히 늙는 것이 아니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25세에서 75세까지 성인 남녀 108명을 모집한 연구팀은 이들의 건강 상태와 노화 진행 경과를 조사했다. 실험 참가자는 1~7년간에 걸쳐 수개월마다 혈액과 분변, 피부, 구강, 비강 샘플을 제공했다. 연구팀은 여기서 13만5000가지 RNA와 단백질, 대사물,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을 분석해 분자와 미생물의 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했다.

노화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는 아주 오래 진행돼 왔다. <사진=pixabay>

그 결과 대부분의 분자나 미생물의 양이 완만하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연령에서 크게 변동했다. 충격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도 좋을 현저한 변화는 44세 무렵과 60세쯤 집중됐다.

실험을 진행한 스탠퍼드의대 샤오타오 셴 연구원은 "40대 중반 노화가 뚜렷해지는 것은 여성의 갱년기 전 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돼 왔다"며 "이번 실험 데이터를 보면 남성도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44세 무렵에는 카페인과 알코올, 지질 대사나 심혈관 질환과 관련된 분자의 양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며 "60세 무렵에는 면역과 탄수화물 대사, 콩팥 기능과 관련된 분자의 양이 변했다. 피부와 근육의 노화와 관련된 분자의 변동은 44세와 60세 모두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세월의 역행을 다뤄 흥행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중에서 <사진=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공식 포스터>

연구팀은 인간이 서서히 변하는 것이 아니며, 나이를 먹는 과정에서 아주 극적인 변화를 경험한다고 강조했다. 40대 중반과 60대 초반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보다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실험할 계획이다.

사람이 특정 나이대부터 노화를 겪는다는 실험은 전부터 계속됐다. 미국 듀크대학교 연구팀은 1972~1973년 태어난 뉴질랜드 성인 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한 2021년 실험에서 인간의 노화 사인이 45세에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18~95세 남녀 4263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혈장에 포함된 단백질 농도와 구성이 34세와 60세, 78세 등 세 차례에 걸쳐 급변한다고 2021년 발표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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