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균의 특성을 이용해 자가 성장 및 복구가 가능한 '살아있는 전선'을 개발하는 시도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영국 브리스틀 웨스트잉글랜드대학교(UWE 브리스틀) 컴퓨터공학자 앤드류 아다마츠키 교수는 23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진성점균을 이용해 성장과 복구 모두 가능한 특수 전선을 만드는 작업을 소개했다.

진성점균은 원생생물의 일종이다. 포자를 통해 증식하는 등 여러 면에서 독특한 성질을 갖기 때문에 생물학은 물론 수학이나 컴퓨터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응용이 시도되고 있다.

앤드류 아다마츠키 교수가 황색망사점균을 증식시켜 전자기판 위에 형성한 생체 전선 <사진=앤드류 아다마츠키>

앤드류 아다마츠키 교수는 오래전부터 진성점균을 이용한 생체 전선 개발을 시도했다. 2013년 국제 논문 저장소 아카이브(arXiv)를 통해 진성점균을 이용한 살아있는 전선 개발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시 앤드류 아다마츠키 교수는 길이 약 1㎝, 지름 약 0.03㎝의 황색망사점균 생체 전선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측정 결과 이 전선의 저항률은 80~2560Ω·㎝, 평균 저항률은 825Ω·㎝로 나타났다.

교수는 점균 생체 전선의 내구성을 알아보기 위해 LED 전구와 연결된 전극 사이에 점균 전선을 연결하고 넣고 약 19V의 전압을 걸었다. LED 전극에는 4.4~4.8V의 전압이 걸렸고 점균으로 만든 전선에 11~13μA(마이크로암페어)의 전류가 흘렀다. 희미하게나마 LED 전구에는 불이 들어왔다. 전압을 24시간 유지해도 전선의 도전성은 그대로였다.

LED 전구가 연결된 전극을 황색망사점균 생체 전선으로 연결하자 희미하게 불이 들어왔다. <사진=앤드류 아다마츠키>

앤드류 아다마츠키 교수는 "화학물질이나 전기장을 이용하면 점균의 성장 방향까지 제어할 수 있다"며 "가령 오트밀을 놓으면 황색망사점균이 끌려오고 소금을 두면 멀어졌다. 1.6V 배터리를 사용해 전기장을 만들었더니 점균은 음극 방향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점균 생체 전선을 절단했더니 6~9시간 만에 잘린 부분이 연결됐고 도전성도 회복됐다"며 "옥타메틸시클로테트라실록산이라는 실리콘 오일을 이용해 전선을 코팅하면 내구성을 올릴 수 있다. 놀랍게도 이 상태에서도 점균은 계속 생존했고 도전성도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전자기판 상의 진성점균 생체 전선 실험 <사진=앤드류 아다마츠키>

교수는 현재 실제 전자기판 위에서 황색망사점균의 성장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점균은 전자기판 위에서도 문제없이 성장해 기존의 도전로와 비슷한 폭의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 

앤드류 아다마츠키 교수는 "점균 전선의 저항률은 일반적인 생체조직과 같은 수준이며, 금속에 비하면 상당히 낮기 때문에 실용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자성 나노 입자 등 다양한 물질을 점균에 혼합하는 실험을 거듭하면 언젠가 실용적인 생체 전선 개발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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