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발달한 고대 로마시대에는 신과 인간을 본뜬 화려한 조각상이 대거 제작됐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로마시대 조각상 중에는 유독 머리만 사라지고 없는 것이 많은데, 그 이유를 두고는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칼리지 고미술사학자 레이첼 쿠서 교수는 최근 낸 조사 보고서를 통해 로마시대 조각상 중 다수가 머리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부주의로 인한 파손이라고 지적했다.

레이첼 쿠서 교수는 "조각상의 머리가 달아나는 일반적인 이유는 파손"이라며 "조각상에서 머리와 몸통을 연결하는 목은 가장 약한 부분으로 전시나 양도 등을 위해 세계 각지로 이동하면서 깨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로마시대 만들어진 조각상 중에는 유독 머리가 없는 것들이 많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교수는 또한 로마인들이 조각상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경우가 많아 머리가 없는 작품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조각상 일부분을 훼손하는 이유는 다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담나티오 메모리아이(Damnatio Memoriae)라고 교수는 판단했다.

그는 "고대 로마시대 기록을 보면 원로원은 담나티오 메모리아이, 즉 기록말살형을 내려 도저히 씻지 못할 죄나 과오를 저지른 이들을 역사에서 지워버렸다"며 "담나티오 메모리아이는 주로 악명 높은 황제가 죽은 뒤 시민들의 기억에서 지우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졌다"고 말했다.

담나티오 메모리아이의 대상이 된 인물은 기록이 철저하게 말소되고 재산을 압류 당했다. 생전 예술가들이 만든 초상화나 조각상 같은 기념품도 죄다 폐기됐다. 이때 조각상의 머리를 의도적으로 부쉈다는 게 레이첼 쿠서 교수의 주장이다. 참고로 담나티오 메모리아이에 처해진 로마 군주 중에는 그 유명한 네로 황제도 포함된다.

게티 미술관에 소장된 여인상. 원래는 머리가 없었다. <사진=Public domain, digital image courtesy of Getty’s Open Content Program>

일부 학자들은 예술가들이 조각상의 머리를 일부러 떼어낼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본다. 조각이 너무 커 여러 작가가 분업할 경우 머리와 몸통, 팔다리를 따로 제작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미술상이 큰돈을 벌 목적으로 조각상의 머리를 일부러 뗐다는 견해도 있다. 고대 로마의 조각상은 고가에 거래되기 때문에 미술상이 고의로 조각상의 머리를 떼어내고 몸통과 나눠 출품해 돈을 몇 배로 벌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J.폴 게티 미술관에 소장된 여인상(Statue of a Draped Woman)은 몸통이 전시되는 와중에 머리가 발견됐다. 레이첼 쿠서 교수는 "미술관 관계자들은 여인상의 머리 부분에 난 허술한 칼집과 구멍으로 미뤄 미술상이 일부러 떼어내 몸통만 판매한 뒤 시차를 두고 머리를 비싼 값에 판 것으로 추측했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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