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통하면 수축하는 전기활성고분자(electro active polymer, EAP)를 하이드로겔과 결합, 간단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EAP 하이드로겔은 기초적이지만 기억과 학습 능력까지 보여줘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영국 레딩대학교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최신호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구조가 간단한 물질이 기억을 하고 게임 실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실로 놀랍다고 강조했다.

원래 하이드로겔은 물을 흡수한 겔 형태의 물질이다. 연구팀은 여기에 전기 신호에 반응하는 고분자 EAP를 결합하면 뇌의 극히 일부 기능이 구현될 것으로 추측했다.

레딩대 빈센트 스트롱 연구원은 "EAP와 합친 하이드로겔에 전류를 흘리면 내부에 포함된 이온이 이동하면서 형상이나 크기가 바뀌게 된다"며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인공 근육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AP와 결합한 하이드로겔을 이용해 게임을 진행하는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사진=레딩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EAP 하이드로겔을 인공 심박동기에 연결하는 이전 실험에서 진짜 심장처럼 수축·확장하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연구팀은 전기적 특성을 부여한 하이드로겔이 기억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렸다.

빈센트 연구원은 "하이드로겔에 기억을 주입하려면 반복적으로 압축만 해주면 된다. 이렇게 하면 페이스메이커(심장이 멈추면 인공적으로 전기 자극을 발생하는 장치)가 없어도 하이드로겔이 리듬에 맞춰 진동했다"며 "이때 이온의 움직임이 지금까지의 동작에 영향을 받았는데, 이는 일종의 기억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실험에 아타리의 고전 게임 '퐁'을 접목했다. 1970년대 탄생한 '퐁'은 두 사람이 막대를 상하로 조작해 겨루는 탁구 같은 게임이다. 연구팀은 하이드로겔이 '퐁'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전기 자극으로 공의 위치를 전달하고 이온의 흐름을 통해 막대를 조작하게 했다.

EAP와 결합한 하이드로겔은 뇌처럼 공의 움직임을 기억했고, 이 정보가 쌓여 20분가량 지나자 최고의 실력을 발휘했다. <사진=레딩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빈센트 연구원은 "EAP 하이드로겔은 처음에는 공을 놓치다가 점점 실력이 향상됐다"며 "게임 시작 후 대략 20분이 흐른 시점에서 가장 안정된 실력을 발휘했다"고 전했다.

그는 "게임 속 공이 움직일 때마다 EAP 하이드로겔은 해당 동작의 기억을 쌓아간 셈"이라며 "이런 기억이 더해짐에 따라 하이드로겔은 시뮬레이션된 환경 안에서 공의 움직임에 맞춰 동작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실험에서 물질 안에서 학습이 실제 이뤄지는 구체적인 증거를 잡아낼 계획이다. 빈센트 연구원은 "특별히 설계도 없는 기본적인 물질도 기억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실험이 보여줬다"며 "이번 성과는 미지의 영역인 기억의 구조를 해명하는 것은 물론, 진보한 지능형 물질의 개발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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