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으로 악명 높은 청자고둥이 당뇨병 치료의 길을 열지 모른다는 주장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복족강 신복족목으로 500 종류가 넘는 청자고둥과는 여러 독을 가졌는데, 일부는 질병 치료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미국 유타대학교와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청자고둥의 맹독이 당뇨병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청자고둥은 세계 거의 모든 바다에 존재하며, 독성은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강하다.

연구팀은 태평양의 산호초 지역에 분포하는 청자고둥과 생물 지리원뿔달팽이(Geography cone)를 조사한 결과 당뇨병 치료 가능성을 떠올렸다. 지리원뿔달팽이는 치설이라는 기관을 통해 강력한 신경독을 주입하는데, 찔린 사냥감은 대번에 마비되고 만다.

맹독으로 유명한 청자고둥 <사진=Toledo Zoo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Cone Snail | Toledo Zoo' 캡처>

코펜하겐대 수생생물 전문가 다니엘 안데르센 연구원은 "지리원뿔달팽이의 독소는 사람의 체내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 소마토스타틴과 비슷한 콘소마틴 pG1을 함유했다"며 "콘소마틴은 지리원뿔달팽이가 가진 또 다른 독소와 연계돼 사냥감의 혈당을 급격히 떨어뜨려 의식불명에 빠뜨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독을 가진 생물은 진화 과정에서 사냥감 체내의 특정 표적을 파괴하도록 독의 성분을 미세하게 조정해 왔다"며 "혈당을 떨어뜨리는 지리원뿔달팽이의 독을 이용하면 당뇨병이나 호르몬 장애 환자를 치료할 방법을 찾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실험에 사용된 청자고둥과 지리원뿔달팽이 <사진=Helena Safavi>

지리원뿔달팽이의 신경독은 인도코브라보다 약 37배 강해 찔리면 한시라도 빨리 심장과 가까운 곳을 끈으로 묶고 흡입해야 한다. 연구팀은 아무리 치명적인 독이라도 혼합물에서 개별 성분을 빼내 정상적인 생리 기능 조절 여부를 알아내면 얼마든 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데르센 연구원은 "소마토스타틴은 브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해 혈당이나 호르몬 수준의 비정상적인 상승을 막아준다"며 "소마토스타틴이 사람 세포 내의 여러 단백질에 작용하는 것과 달리, 콘소마틴은 단 하나의 단백질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보다 미세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지리원뿔달팽이의 독을 조사하는 수생생물 전문가들 <사진=Helena Safavi>

연구팀에 따르면, 콘소마틴은 분해되기 어려운 희귀 아미노산을 포함해 소마토스타틴보다 오래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콘소마틴 자체만으로 약을 만들기는 상당히 위험하지만 그 구조는 인간의 호르몬 수준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된 신약의 발판이 된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안데르센 연구원은 "이 고둥의 독소 성분 중 상당수가 혈당을 표적으로 삼는 점은 다른 독소 성분도 당뇨병 치료에 효과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청자고둥과 고둥들의 독소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가져 사람의 의식을 회복하거나 불면증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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