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술을 마시면 진심이 나온다고들 한다. 그룹 전람회가 1990년대 발표한 노래 '취중진담'은 취기를 빌려 고백하는 가사로 인기를 끌었다. "술 속에 진실이 있다(In vino veritas)"처럼 술과 진심과 관련된 속담도 많다. 다만 알코올의 영향을 받으면 우리 뇌는 없는 사실을 과장할 가능성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술에 취하면 속마음을 보여준다는 가설을 과학적으로 접근한 실험은 여럿 있다. 미국 국립 알코올의존증연구소 애런 화이트 연구원은 술이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쉽게 말해버릴 가능성을 높이지만 경우에 따라 그것이 진심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최근 지적했다.

애런 화이트 연구원은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려면 술자리가 제일이라는 생각은 국가를 막론하고 일반적"이라며 "실제로 평소에는 입에 담지 못하는 화제를 술집에서 시원하게 털어놓는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사람은 술에 취하면 외향적으로 변해 진실을 털어놓는 경향이 있지만 충동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커진다. <사진=pixabay>

이어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취중에 한 이야기가 무조건 진실이라고 화자가 믿는 경우도 있다"며 "술이 깬 뒤 분명히 후회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늘어놓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알코올이 사람의 성격이나 감정, 인지에 변화를 준다는 사실은 실험으로 입증됐다. 미국에서 음주운전 기준치를 약간 웃도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9%에 달한 피실험자는 음주 전과 비교해 훨씬 외향적이라는 논문이 2017년 발표됐다. 학자들은 알코올 자체가 본심을 말하도록 유도하는지 불분명하지만, 외향적으로 변해 평소보다 솔직한 말을 하게 되는 것은 맞는다고 주장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심리학 연구팀도 사람은 대개 술을 마시면 감정이 격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 보고서를 냈다. 취하게 되면 즐거움, 슬픔, 노여움 등 다양한 감정에 솔직해져 진실을 말하기 쉬워지지만, 나중에 후회할 과장된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도 높다는 내용이다.

고백은 맨정신에 하는 편이 좋다. <사진=pixabay>

알코올 자체가 인간의 행동 전반을 과격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술은 행동이나 충동을 제어하는 뇌의 전두전피질 신호를 교란해 충동이나 감정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을 야기한다. 또한 알코올은 공포와 불안을 관장하는 편도체 활동을 떨어뜨려 브레이크가 걸린 충동을 풀어버릴 위험성이 있다.

애런 화이트 연구원은 "결국 과학적으로 보면 취했을 때 속마음을 털어놓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진실이 아닌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으므로 술에 의지한 고백은 권할 바 아니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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