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에서 섭취하는 식사, 즉 우주식이 지구와 비교해 싱겁고 맛없게 느껴지는 이유를 과학자들이 일부 규명해 눈길을 끈다.
호주 로열멜버른공과대학교(RMIT)는 9일 공식 채널을 통해 가혹한 우주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비행사들의 입맛이 떨어지는 이유는 폐쇄된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는 국제 식품학 저널 ISFT에 먼저 소개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에 따르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장기 체류한 비행사들은 대체로 우주식을 싱겁다고 여긴다. 이런 문제로 우주비행사가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없다는 사실이 계속 보고되고 있어 향후 진행될 장기 우주 미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학자들은 우주식이 지상보다 싱겁고 맛이 없는 이유는 무중력의 영향이라고 추측해 왔다. 실제로 무중력으로 얼굴 부종이나 코막힘이 발생하면 감기에 걸린 것처럼 음식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다만 코막힘을 겪는 우주비행사가 반드시 음식을 싱겁게 느끼는 것은 아니어서 논란이 계속됐다.
연구팀은 명확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멀미나 어지럼증이 없는 18~39세 성인 54명을 모아 가상현실(VR)로 재현한 ISS에서 다양한 냄새를 맡는 실험에 나섰다. VR로 구현된 ISS 내부는 미세 중력이 느껴지는 부유 물체와 폐쇄감을 유발하는 다양한 기기류로 들어찼다. 심지어 ISS 내에서 실제 들리는 다양한 소음도 재현했다.
이후 연구팀은 피실험자를 A와 B 그룹으로 나누고 A 그룹은 일반 실내에서, B 그룹은 가상 ISS에서 바닐라와 아몬드, 레몬 향을 맡게 했다. 피실험자들은 각 향기의 강도를 1에서 5까지 강도로 표기했다.
RMIT 그레이스 로크 박사는 "실험 결과 레몬 향기는 지상과 ISS의 차이가 없었지만 바닐라와 아몬드는 ISS에서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레몬에는 포함되지 않고 아몬드와 바닐라에 함유된 휘발성 방향 화합물 벤즈알데히드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실험자 대부분은 실험 중 저~중강도의 고독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며 "이는 벤즈알데히드 같은 화합물 뿐만 아니라, ISS 특유의 폐쇄된 공간이 사람의 후각이나 미각에 변화를 주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우주에서도 풍미가 유지되는 소재를 알아낸다면 폐쇄감의 음식의 맛을 지구와 똑같이 유지하는 우주식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했다. 이렇게 개발된 식사는 ISS는 물론 요양원 등 격리된 환경에 놓인 이들의 영양 섭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