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무심코 떨어뜨린 과자가 동굴 생태계를 바꿔놓는다는 과학계의 경고에 시선이 쏠렸다. 학자들은 '리브 노 트레이스(leave no trace)', 즉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인간들의 노력이 소중한 자연환경을 오래 유지하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멕시코주 칼즈배드 동굴 국립공원(Carlsbad Caverns National Park)은 최근 공식 SNS를 통해 최근 누군가 떨어뜨리고 간 치토스 봉지를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칼즈배드 동굴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된 곳이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사람이 동굴에 들어가면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최대한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옷의 실밥이 떨어지는 건 막기 어렵겠지만 이번처럼 과자 봉지를 버리고 가는 행위는 동굴 생태계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칼즈배드 동굴 국립공원에 버려진 치토스 봉지. 학자들은 이런 행위가 동굴 내부의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칼즈배드 동굴 국립공원 공식 페이스북>

이 관계자는 "동굴에 사는 생물 중에는 기근을 견디기 위해 7년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고 사는 것도 있다"며 "동굴은 햇빛이 들지 않고 먹을 것도 부족한 극한의 환경인데, 관광객이 음식을 떨어뜨리고 가면 생태계가 크게 혼란스러워진다"고 덧붙였다.

버려진 치토스 봉지를 확인한 칼즈배드 동굴 국립공원의 레인저들은 대략 20분에 걸쳐 처리 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국립공원 생태 전문가들은 봉지 주변의 동굴 표토에서 곰팡이와 생물 사체에서 유래하는 유기물을 조심스럽게 제거해야 했다.

칼즈배드 동굴 국립공원에는 17종의 박쥐 약 80만 마리 서식하고 있다. 이 중에는 북미 박쥐에 치명적인 감염병 흰코증후군(white-nose syndrome)에 면역이 있는 브라질큰귀박쥐도 포함된다.

햇빛이 들지 않는 동굴은 생물이 살아가기 상당히 척박한 공간이다. 인간의 작은 부주의가 동굴 생태계를 뒤흔들 수도 있다. <사진=pixabay>

국립공원 관계자는 "사람이 보기에 쏟아진 과자 봉지는 사소할 수 있으나 동굴의 생물에게는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물건"이라며 "규모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인간은 자연 어디를 가든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브 노 트레이스'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동굴은 커다란 쓰레기통이 아니다. 레인저들은 관광객이 모두 돌아간 뒤 매일같이 껌 포장지나 휴지, 침, 담배꽁초, 심지어 인간의 배설물을 치우고 있다"며 "지금까지 적어도 6만 개의 동굴 구조물이 파괴됐는데, 대부분 관광객이 기념품 삼아 몰래 가져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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