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자리의 적색 초거성 베텔기우스(Betelgeuse)가 실은 반성을 가졌을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구 종말론의 단골 떡밥 베텔기우스는 주기적으로 광량이 급격히 늘거나 줄어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미국 플랫아이언 연구소와 HUN-REN 헝가리 리서치 네트워크 등 국제 연구팀은 논문 저장소 아카이브(arXiv)에 최근 낸 조사 보고서에서 베텔기우스가 동반성을 가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구에서 보이는 가장 밝은 별 중 하나인 베텔기우스는 이따금 천문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별이다. 2020년 갑자기 어두워져 초신성 폭발의 전조가 아닐까 학계가 들썩였다. 하지만 결국 베텔기우스는 폭발하지 않았고 원래 밝기를 회복했다. 베텔기우스는 불분명한 원인으로 주기적으로 광량이 바뀌는 변광성으로 분류된 상태다.

적색 초거성 베텔기우스의 상상도 <사진=막스플랑크연구소·Jing-Ze Ma>

별의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은 반복적인 팽창과 수축 때문이다. 뜨거운 핵 주변의 기체는 가열돼 표면까지 상승하고, 그에 따라 별 전체가 팽창한다. 이 가스는 이윽고 식어 안쪽으로 돌아오고 별은 다시 수축한다. 이런 사이클이 별의 밝기 변화를 야기한다.

플랫아이언 연구소 자레드 골드버그 연구원은 "적색 초거성인 베텔기우스의 경우 이러한 기체의 순환에 따라 약 400일 주기로 밝기가 변한다"며 "이와 별도로 베텔기우스는 2170일 주기(약 6년)로도 광량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또 하나의 긴 주기를 만들어내는 원인은 아직까지 수수께끼"라며 "핵과 표면의 자전 속도 차이 아니면 흐트러진 자기장에 의해 만들어지는 흑점이 원인이라는 설이 있다"고 덧붙였다.

베텔기우스는 주기적으로 광량이 변화해 왔다. <사진=유럽남천천문대(ESO)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전부터 베텔기우스의 숨은 동반성이 밝기를 변화시킨다고 추측했다. 임의로 베텔버디(Betelbuddy)라고 이름 붙인 가상의 동반성이 실존할지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을 거듭했다.

자레드 연구원은 "베텔기우스는 고밀도 우주 먼지나 가스 구름에 덮여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 구름을 가끔 베텔버디가 뚫고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베텔 버디의 진행 방향이 지구 쪽이라면 주변의 가스 구름이 흩어져 지구에서는 베텔기우스가 밝아진 것처럼 관찰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베텔버디가 태양계 행성보다 훨씬 크며, 질량이 태양의 최대 2배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름 20㎞ 정도에 태양 수준의 질량을 가진 중성자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오리온자리에 속하는 베텔기우스(화살표)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베텔기우스에 동반성이 있다는 설은 이번에 처음 제기됐지만 통계적으로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항성의 대부분은 한두 개 반성을 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자신들의 가설을 완전히 입증하기 위해 실제 반성 베텔버디를 관측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현재의 기술로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수수께끼의 광량 변화를 설명할 결정적 단서가 언제든 잡힐 수 있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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