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2세의 이름이 새겨진 청동 검이 발견됐다. 이집트 신왕국 제19왕조 3대 파라오 람세스 2세는 역사상 가장 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되는 만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20일 공식 채널을 통해 나일강 삼각주 북서부에 자리한 약 3200년 전 막사 터에 람세스 2세의 이름을 상형문자로 새진 청동검이 잠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학자들은 이 칼이 고대 이집트의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 2세 치세의 새로운 역사를 보여줄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칼이 나온 막사가 오래전 군사 거점의 일부로 추측되는 만큼 람세스 2세가 서쪽의 사막이나 지중해로부터 침략하는 적을 막기 위해 직접 이곳에 머문 것으로 생각된다.
관광유물부 고고학자 아흐메드 엘 카라들리 박사는 "막사 터에서는 고대 이집트의 군사력뿐만 아니라 주둔한 병사들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유물이 많이 나왔다"며 "커다란 곡식 창고와 큰 아궁이는 병사들이 식량을 보관하고 밥을 지어 먹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고기를 포함한 동물의 뼈가 든 도자기 잔해와 소의 뼈도 발견됐다"며 "고대 이집트에서 소는 강인함과 풍요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는데, 여기서 나온 뼈는 전장에서 신성한 소가 실용적 목적, 즉 단백질 공급원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관광유물부는 타고난 전략가이자 대규모 건축 사업을 벌인 람세스 2세가 파라오인 동시에 용맹한 전사였음을 이번 발견이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아흐메드 박사는 "람세스 2세는 권력을 잡는 순간부터 자신을 기념할 사업을 구상했다"며 "그의 명에 아부심벨 신전이 지어졌고 카르낙(카르나크) 신전이 대대적으로 증축되는 등 이집트의 상징적인 건축물들이 빛을 봤다"고 강조했다.
박사는 "람세스 2세는 통치를 시작한 지 불과 5년 만에 이집트 군을 이끌고 사상 최대의 전차전 중 하나인 카데시 전투에 나섰다"며 "이집트와 히타이트 양대 제국이 오리엔트의 패권을 걸고 벌인 기록에 남을 전쟁을 이끈 람세스 2세는 용감무쌍한 전사이기도 했다"고 역설했다.
학계는 람세스 2세의 이름이 새겨진 청동 검은 포상으로 고위층에 주어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여기에 새겨진 파라오의 이름과 칭호는 군주의 위신을 높이는 동시에 막강한 부와 권력, 관대함을 크게 강조한 것으로 학자들은 봤다.
관광유물부에 따르면, 막사 터에서는 람세스 2세의 이름이 새겨진 청동검뿐만 아니라 상형문자가 새겨진 석회석판도 2개 발견됐다. 하나는 람세스 2세의 업적이 빼곡하게 담겼고, 다른 하나에서는 세티 2세 파라오의 치세에 대두된 수수께끼의 관리 베이(Bay)의 이름이 언급됐다.
아흐메드 박사는 "람세스 2세 때는 리비아 같은 외부의 위협이 커졌다. 이번 막사 터 발견은 이집트인들이 서쪽의 위협으로부터 국경을 지키려 했다는 학계의 추측을 뒷받침한다"며 "막사 내부에서 발견된 유물은 이집트군이 이 중대한 시기에 어떻게 보급을 받고 싸웠는지 알게 해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