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자석을 여러 개 이용해 착용자의 뜻대로 손가락을 미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신개념 의수가 유럽에서 개발됐다.
이탈리아 성안나 고등과학원(Scuola Superiore Sant'Anna, SSSA)이 최근 공개한 의수는 작은 자석으로 근육의 움직임을 읽고 착용자의 의지에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는 구조다.
최신 전자 의수는 손가락 등 사고로 잃어버린 부위의 세세한 움직임을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의수의 대부분은 센서가 근육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읽어들여 작동한다. 최근에는 초소형 전극을 착용자의 뇌에 삽입하는 형태도 있지만 가격 등 여러모로 부담이 된다.
SSSA의 크리스찬 치프리아니 교수 연구팀은 작은 자석으로 심플한 의수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자석으로 움직이는 의수는 구조가 간단하고 전극을 넣는 복잡한 의수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세세한 움직임을 재현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자석 제어 의수는 2022년 9월 사고로 왼쪽 손목을 절단한 다니엘(34)이라는 남성의 협력으로 개발됐다. 다니엘은 전완 일부와 손을 잃었지만 손이나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하면 남겨진 근육이 반응했다. 여기 주목한 치프리아니 교수는 근육의 동작을 자기공명영상(MRI) 스캔이나 근전도로 꼼꼼히 확인했다.
치프리아니 교수는 "다니엘 씨가 피실험자로 뽑힌 결정적인 이유는 부분적으로 잃어버린 왼팔에 감각, 즉 환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라며 "잘라내고 없는 손을 움직이려고 할 때 반응하는 남겨진 근육의 반응은 의수를 개발하게 된 결정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환지에 따른 근육 동작을 파악한 연구팀은 남아있는 근육에 상당히 작은 자석을 6개 매립하고 의수를 장착했다. 사용된 모델은 이탈리아 생체공학 업체 프렌실리아(Prensilia)의 바이오닉 암 미아 핸드(Mia Hand)다.
치프리아니 교수는 "팔에 심은 자석과 맞닿는 의수 부분에는 고정밀 자기센서가 내장됐다. 착용자가 손이나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하면 남겨진 근육과 거기에 박힌 자석이 움직이고 이를 센서가 읽어낸다"며 "이런 원리로 착용자는 본인 의지로 손이나 손가락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니엘은 자석 제어 의수를 사용해 병뚜껑을 열고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지퍼백을 닫고 칼을 이용하거나 바닥의 물건을 주워 옮기는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했다. 악력을 조정해 계란 등 깨지기 쉬운 물건을 부드럽게 다룰 수도 있었다.
치프리아니 교수는 "첫 번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우리 시험은 우려한 것과 달리 성공적"이라며 "앞으로는 프로토 타입을 한층 정교하고 세련되게 다듬어 다양한 원인으로 팔이나 다리를 잃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반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