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맨틀 안에 존재하는 약 2억5000만 년 전 고대 바다의 흔적이 지진파를 이용한 최근 조사에서 드러났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지질학 연구팀은 지진파를 활용한 최신 연구에서 지구 내부에 가라앉은 고대 바다가 해양 플레이트의 침몰 운동 속도를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맨틀은 지각 아래에서 지하 2900㎞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지구의 80%가량을 차지한다. 고체에 가깝지만 유동성이 있어 유구한 세월에 걸친 지각의 플레이트 운동이나 지진·화산 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연구팀은 최첨단 지진 영상 기술을 통해 지금까지 잘 조사되지 않은 동태평양 해팽(남극 바다에서 태평양까지 연결되는 태평양 동남부 해령) 아래 펼쳐진 맨틀 층을 들여다봤다.
조사 관계자는 "맨틀은 상부와 하부 두 영역으로 나뉘는데, 그 경계가 되는 깊이 410~660㎞ 부근에는 지진파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는 맨틀 전이층이 있다"며 "이번 탐사에서 동태평양 해팽의 일부 맨틀 전이층에 비정상적으로 두꺼운 영역이 자리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 두꺼운 영역은 대략 2억5000만 년 전 지하로 가라앉은 고대 해저의 화석화된 지문으로 생각된다"며 "맨틀 내부에 가라앉는 해양 플레이트들이 유독 해당 영역에서 속도가 크게 감소한 사실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해양 플레이트의 침몰 속도가 일반적인 것에 비해 절반 정도인 이유는 맨틀 전이층이 장벽으로 작용, 물질의 이동을 늦추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이러한 발견은 맨틀 가장 아래에 존재하는 거대저속도영역(LLSVP)의 수수께끼를 풀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지구의 깊숙한 지대가 긴 시간에 걸쳐 지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며 "태평양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 같은 조사를 벌이고 맨틀이 상승하는 부분까지 포함한 지도를 만들면 지하나 지표 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자연히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아직 의문점이 많은 지구 깊숙한 곳의 고대 구조를 해명할 단서라고 평가했다. 학자들의 이런 노력은 지구의 과거 구조는 물론 다른 천체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