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입은 해파리 2마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이 학자들에 의해 확인됐다. 플라나리아와 같이 손상에 의해 몸이 분열되는 생물은 알려졌지만 부상에 의해 개체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은 학계에 보고된 전례가 없다.

영국 엑시터대학교 생물학자 조쿠라 케이 박사는 7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를 통해 현존하는 후생동물 중 가장 빨리 분기한 빗해파리 2마리의 기묘한 결합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조쿠라 박사는 "부상을 당한 빗해파리 2마리는 몸뚱이가 합쳐졌지만 입과 감각기관은 2개를 유지했다"며 "다만 신경 수준에서는 고도로 융합된 단일 개체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유즐동물인 빗해파리 2마리가 실험을 위한 해수 탱크 안에서로 결합했다. <사진=조쿠라 케이>

학계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발견은 우연히 이뤄졌다. 조쿠라 케이 박사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해수 탱크에 담아둔 빗해파리 중 1마리 줄고, 대신 유달리 큰 개체가 생긴 데 의문을 품었다.

조쿠라 박사는 "유별나게 큰 개체를 관찰했더니 감각기관이 둘이었다"며 "2마리가 결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다른 곳에서 채취한 빗해파리 20마리를 부분 절개한 뒤 짝지어 수조에 넣었더니 10쌍 중 9쌍이 하룻밤 만에 하나가 됐다"고 돌아봤다.

박사는 "융합된 해파리가 외부 자극에 온몸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미뤄 신경계가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하나가 된 빗해파리는 처음 1시간 동안 따로 움직였지만 곧 동작이 동기화됐고 2시간 후 근육 수축의 95%가 완전히 같아졌다. 형광색을 입힌 새우를 주자 양쪽 위에서 먹이를 소화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상처 입은 빗해파리 2마리가 결합한 개체. 외부 자극을 주자 단일 개체처럼 반응했다. <사진=조쿠라 케이>

한 몸이 된 빗해파리는 입이 2개로, 한쪽에 먹이를 주면 소화된 물질이 옆 소화관으로 운반됐다. 흥미로운 것은 두 입에서 섭취한 먹이는 결국 양쪽 항문에서 배출됐지만 타이밍은 달랐다. 이는 각 개체의 소화 능력 차이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결합된 빗해파리지만 단일 개체처럼 헤엄치지만 엄연히 DNA가 따로 있고 기묘한 형태를 다음 세대에 계승할 수도 없어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하나가 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쿠라 박사는 "야생 빗해파리도 융합이 가능한지는 아직 모르며, 이 희한한 능력은 진화 상 무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단일 개체가 되는 장점 중 하나는 상처 회복이 빠르다는 사실로, 신경계 융합을 더 연구하면 인간의 재생 능력 강화와 연결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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