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박쥐의 떼죽음이 미국 유아의 사망률을 끌어올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생태경제학 연구팀은 에얄 프랭크 교수 연구팀은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박쥐가 진균에 감염돼 목숨을 잃는 치명적인 흰코증후군(white-nose syndrome)이 인간 사회에 주는 영향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미국 유아 사망률 상승을 야기한 사실을 알아냈다. 흰코증후군은 곰팡이균이 원인으로, 북아메리카에서 동면 중인 박쥐가 떼로 죽는 등 세계 각지에서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에얄 프랭크 교수는 "주로 곤충을 잡아먹는 박쥐는 작물에 해를 끼치는 해충 수를 적정선에서 유지하기 때문에 농가에는 유익한 동물"이라며 "흰코증후군이 발생한 지역은 박쥐 치사율이 70% 이상에 달해 여러 지역에서 박쥐에 의한 해충 구제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가는 박쥐에 구제되지 않는 해충을 잡기 위해 농약의 양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박쥐의 대량 폐사로 인한 농가의 농약 사용량 증가는 영아 사망률과 유의미한 관련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흰코증후군으로 박쥐가 떼죽음을 당한 군과 그렇지 않은 군에서 농약 사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사했다. 박쥐 떼죽음의 영향을 받은 군에서는 농약 사용량이 31% 증가했고 작물 판매 수입이 29% 가까이 감소했다.
또한 박쥐의 떼죽음이 확인된 군에서는 사고나 살인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사망을 제외한 영아 사망률이 7.9% 증가했다. 이는 군별로 1334명의 영아 사망 건수 증가에 해당하며 농약 사용이 1% 늘어날 때마다 영아 사망률이 0.25% 증가했다.
에얄 프랭크 교수는 "박쥐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보고된 이후 인간의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며 "박쥐는 천연 농약 역할로 인간 생활에 도움을 주며 이번 연구는 박쥐의 감소가 인간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수익 감소와 농약 비용을 합하면 박쥐 떼죽음을 겪은 공동체 농가는 2006년~2017년 269억 달러(약 36조355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연구팀은 계산했다. 여기에 영아 사망률 증가로 인한 손해 124억 달러(약 16조7600억원)까지 더하면 전체 사회적 손실은 396억 달러(약 53조1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연구팀은 추산했다.
에얄 프랭크 교수는 "박쥐가 해충을 잡아먹지 않으면 사회 비용은 매우 커지지만 박쥐 개체 수를 보호하는 비용은 아마 그보다 덜할 것"이라며 "우리 연구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야생 동물이 사회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