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한 생물은 생존할 수 없는 수심 8000m 심해의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기묘한 형태의 신종 포식자가 발견됐다.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는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페루-칠레 해구(아타카마 해구) 심해 7902m 암흑에서 고속으로 헤엄치며 사냥하는 생물 둘시벨라 카만차카(Dulcibella camanchaca)를 소개했다.

수심 6000m 아래, 즉 초심해대(Hadal zone)의 가혹한 환경에 적응한 둘시벨라 카만차카는 새우와 비슷한 갑각류인 단각류의 일종이다. 온몸이 눈처럼 하얀 둘시벨라 카만차카는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앞발이 특징이다.

아타카마 해구 약 8000m 초심해대에서 발견된 신종 단각류 둘시벨라 카만차카 <사진=우즈홀해양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초심해대는 그리스 신화 속 저승의 신 하데스를 딸만큼 생명체가 존재하기 힘든 극한 영역"이라며 "지구에는 초심해대가 46곳 있는데 모두 태평양에 자리하며, 전부 합쳐도 해저 총면적의 0.25%도 안 되는 신비한 지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완전한 어둠이 지배하는 초심해대는 일부 생물이 소통할 때 사용하는 생물발광을 제외하면 빛이 없다"며 "수온은 거의 영하이고 초심해이기 때문에 수압도 엄청나다. 여기서 발견된 신종 단각류는 지구상의 생명이 어떻게 생존 능력을 진화했는지 밝혀내는 데 중요한 단서"라고 평가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둘시벨라 카만차카는 신속 신종으로 판명됐다. 몸길이는 3.8㎝ 정도로 심해에 사는 단각류(2~3㎝) 중에서는 대형이다. 포식활동에 특화된 앞발로 빠르게 이동하는 소형 단각류를 움켜잡아 사냥하는 것으로 추측됐다.

둘시벨라 카만차카가 발견된 아타카마 해구(빨간 동그라미)와 수심 분포표 <사진=우즈홀해양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아타카마 해구의 깊은 영역에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이곳이 가혹하면서도 다른 초심해대와 달리 영양이 풍부한 해수로 채워졌기 때문"이라며 "아타카마 해구의 초심해대는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고유종이 여럿 서식하기 때문에 학자들의 연구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신종 단각류의 발견은 아타카마 해구의 뛰어난 생물 다양성을 알아보는 데 중요한 자료"라며 "촬영이나 생물 포획, 샘플 채취 등 초심해대 조사에 적합한 탐사 기술이 계속 발달하면 미지의 영역에 대한 이해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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