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오지에서 무려 약 5억5000년 전 지구의 바다에 서식한 것으로 보이는 고생물 화석이 발굴됐다. 마치 로봇청소기 같이 납작한 이 생물은 퀘스티오 심프소노룸(Quaestio simpsonorum)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지질학자 스콧 에번스 연구원 등 연구팀은 24일 공식 채널을 통해 수수께끼의 해양생물 퀘스티오 심프소노룸의 화석과 이를 토대로 그린 상상도를 공개했다.
호주 닐페나 에디아카라 국립공원에서 나온 퀘스티오 심프소노룸의 화석은 동그란 점토를 으깨 납작하게 만들고 꼬리를 붙인 기묘한 형태다. 연구팀은 퀘스티오 심프소노룸이 해양생물로 약 5억5500년 전 호주 오지에 살았으며, 지구상에서 생명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밝히는 중요한 단서라는 입장이다.
스콧 에번스 연구원은 "호주 남부 오지에는 지구 생명의 풍부한 역사를 간직한 고생물의 화석들이 잠들어 있다"며 "애들레이드 북부의 에디아카라 동물군은 특히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고생물 화석이 많이 나왔는데, 이번처럼 오래된 것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퀘스티오 심프소노룸의 화석은 단세포 생물이 지구 최초의 복잡한 생물로 진화하기 시작한 시기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며 "생명체 진화의 중요한 지표인 좌우 비대칭을 명확히 보여주는 최초의 생물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좌우 비대칭은 유전적 복잡성을 나타낸다. 퀘스티오 심프소노룸은 손바닥보다 작고, 몸의 한가운데에 물음표 같은 문양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같은 시기 어떤 화석도 퀘스티오 심프소노룸 만큼 명확한 신체 비대칭 구조를 갖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스콧 에번스 연구원은 "이 화석은 기본적으로 좌우 대칭이지만 등 부분에 물음표 문양은 아주 뚜렷한 비대칭 요소"라며 "이는 이 생물의 유전적 복잡성을 보여준다. 인간도 기본은 좌우 대칭이지만 심장 등 장기 위치를 따지면 비대칭성이 명확하다. 이는 현존하는 다른 동물에서 흔하지만 고대에는 이야기가 달랐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퀘스티오 심프소노룸은 해저를 기어 이동하면서 미세조류와 박테리아 등을 섭취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러한 화석은 생물의 초기 발달 과정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이들 생물의 형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 발현을 결정하는 것은 복잡한 생명체의 시작점을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늘날의 생물은 몸의 좌우를 명확하게 형성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같은 유전자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학계는 이런 점에서 5억년 이상 전에 멸종한 퀘스티오 심프소노룸의 체내에도 비슷한 유전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