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생명이 땅속에서 시작됐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 연구팀은 16일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상에 첫 생명체가 발현한 상황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38억년 전 지구 지각 깊숙한 곳에는 무수한 균열이 뻗어 있었고 그 속을 일명 ‘원시 수프(primordial soup)’가 채우고 있었다. 이 중 소포(거품) 일부가 압력 등에서 살아남았고 지표면으로 분출된 뒤 세포가 됐다는 게 연구팀 주장이다.

‘원시 수프’란 미국 화학자 스탠리 밀러가 고안했다. 모든 생명체가 수프에서 시작됐을지 모른다는 내용으로, 초기의 따뜻했던 지구에 존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학물질이 생명 물질 분자들을 포함하는 따뜻한 수프를 만들어냈다는 가설이다.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 지구 <사진=pixabay>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 연구팀은 이 원시 수프에 세포막에 둘러싸인 주머니 모양의 소포라는 거품이 생겼고, 여기 압력이 가해진 결과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시 수프를 재현한 액체를 40~80℃에서 데워 압력을 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2주일간 약 1500세대 분량에 해당하는 거품을 만들어 파괴하는 실험을 거듭한 결과 놀라운 현상이 확인됐다. 일부 소포가 원시 수프에서 단백질 전구체를 안으로 집어넣어 살아남은 것이다. 단백질 전구체 덕분에 안정성이 향상되고 크기도 작아졌다. 특히 막의 투과성이 향상됐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찬 마이어 박사는 “이 방법을 통해 소포는 파괴적인 압력을 상쇄할 수 있었다”며 “만일 소포가 파괴돼 버렸다고 해도, 다음 세대가 그 단백질 구조를 도입해 마치 유전되듯 생존전략을 개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는 “이는 생명의 예비적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수십억 년 전 이러한 변화를 경험한 소포는 지표로 뿜어져 나오는 간헐천을 타고 나와도 망가지지 않을 만큼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 덕에 지하에서 지표로 진출한 소포가 이후 다른 기능을 얻어 최초의 세포로 성장했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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