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전파 폭발(Fast Radio Burst, FRB)의 발생원이 최초로 특정됐다. 아직 수수께끼가 많은 천문학적 현상 FRB를 파악하는 열쇠는 초고자기장을 갖는 중성자별이 쥐고 있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TI) 천체물리학 연구팀은 이달 초 낸 조사 보고서에서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중성자별 근방에서 FRB가 방출되는 구조를 밝혀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관찰된 중성자별과 FRB의 거리는 불과 1만㎞ 이내다. 이런 점에서 연구팀은 FRB의 발생원이 마그네타(magnetar)일 것으로 추측했다. 마그네타는 고속 자전하는 중성자별의 일종으로 전형적인 중성자별에 비해 최대 1000배나 강력한 자기장을 가졌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 연구는 지금까지 FRB와 마그네타를 연결한 가설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며 "FRB의 발생 지점을 중성자별 바로 옆까지 따라가는 데 성공한 유의미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강력한 자기장을 뿜어내는 마그네타와 여기서 비롯된 FRB를 묘사한 일러스트 <사진=Daniel Lievano·MIT 공식 홈페이지>

FRB는 태양이 며칠에 걸쳐 방출하는 것과 버금가는 에너지를 불과 몇 밀리초(ms)에서 몇 초에 걸쳐 순간적으로 방출하는 기이한 현상이다. FRB는 예고 없이 발생하고 한순간에 끝나는 관계로 관측 사례가 극히 드물다. 당연히 FRB의 발생원 특정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마그네타가 FRB의 발생원이라는 가설에 주목한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200만 광년 떨어진 은하 속 FRB 20221022A를 분석했다. 방사선 검출기의 일종인 신틸레이션을 이용한 관측에서 이 FRB가 은하에 자리한 중성자별에서 약 1만㎞ 범위에서 발생한 것을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FRB와 같은 신호가 플라즈마를 통과할 때는 그 양에 따라 섬광이 반복되는데, FRB 20221022A는 편광이 관찰됐다"이라며 "편광은 전파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모여 진동한다는 의미이므로 FRB 관측에는 이상적인 조건"이라고 전제했다.

FRB의 기원으로 생각 돼온 마그네타의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FRB 20221022A가 발생한 은하 내 가스 또한 섬광의 요인 중 하나다. 이것이 원래 신호를 증폭한 덕에 그 기원을 특정할 수 있었다"며 "만약 FRB가 충격파에 의한 것이라면 마그네타에서 수천만㎞ 이상 떨어져 섬광 현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200만 광년이나 떨어진 은하 내의 1만㎞를 특정하는 것은 달 표면에 놓인 폭 2나노미터(㎚)의 DNA 이중 나선 구조의 폭을 측정하는 것과 같다.

조사 관계자는 "마그네타는 오래전부터 FRB의 발생원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지만 워낙 자기장이 강해 정말 그만큼의 에너지가 방출되는지 확실치 않았다"며 "아직 FRB에 얽힌 수수께끼가 많지만 그 기원을 파헤친 점에서 이번 연구는 가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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