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노력해도 훌라후프를 돌리지 못하는 것은 요령이 없어서가 아닌 체형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훌라후프는 뱃살 빼기에 적당한 유산소 운동기구인데, 잘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 뉴욕대학교 운동역학 및 수리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훌라후프를 잘 돌리는 체형이 따로 있다고 소개했다.
조사에 참여한 뉴욕대 올리비아 포머렌크 연구원은 "누구는 힘 들이지 않고 간단하게 돌리는데, 누구는 아무리 애를 써도 몇 번 돌리지 못하는 게 훌라후프"라며 "훌라후프의 물리적인 동작을 수학적으로 검증한 실험 결과, 특화된 체형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훌라후프는 고전적이고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운동기구 겸 장난감이지만 중력을 거슬러 공중에 뜨는 물리적인 구조마저 완전히 해명되지 않았다"며 "3D 프린터로 다양한 체형의 사람을 본뜬 10분의 1 크기 모형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반지름 7.4㎝의 모형 훌라후프를 아래 영상처럼 각기 다른 형태의 모형을 이용해 돌리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훌라후프가 어떤 회전운동을 하든, 허리 등 신체 각 부위의 움직임이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올리비아 연구원은 "훌라후프를 돌리는 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기하학적 형상, 즉 체형"이라며 "원통형 모형은 훌라후프를 거의 돌리지 못했고, 원뿔형도 훌라후프를 일정한 높이로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훌라후프를 돌리기에 가장 적합한 체형은 허리가 잘록한 모래시계 모양임이 실험에서 밝혀졌다"며 "돌아가는 훌라후프를 가급적 수평으로 유지하려면 각도가 좀 더 완만한 아래쪽 경사면과 덜 완만한 위쪽 경사면을 결합한 잘록한 허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입증된 모델과 비슷한 체형을 가진 사람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심지어 처음 접하더라도 훌라후프 돌리기를 잘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올리비아 연구원은 "훌라후프의 물리적 동작에 관한 수학적 모델을 확립한 이번 결과는 물체를 잡지 않고 이동하거나 조작하는 기계공학에도 응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