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엽충이 제3의 눈을 가진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캄브리아기부터 페름기까지 약 3억 년간 생존한 삼엽충은 고대 생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지만 무려 150년에 걸친 오랜 연구에도 중안이 발견된 적은 없었다.
독일 쾰른대학교 연구팀은 아우라코플레우라 코닌키(Aulacopleura koninckii)라는 삼엽충 유생 화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제3의 눈을 찾아냈다. 갑각류나 곤충 같은 절지동물은 수많은 렌즈가 집적된 형태의 겹눈 외에 중안이라는 또 다른 눈을 갖고 있다. 대개 머리 복판에 자리하는 중안은 렌즈 1개로 구성되며 빛의 세기나 방향을 감지한다.
연구팀은 화석이 많고 연구도 활발한 삼엽충이 절지동물임에도 중안이 없다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약 5억4000만 년 전부터 2억5000만 년 전에 생존한 삼엽충은 고생대의 대표적인 생물로 화석도 많이 발굴된다.
연구팀은 삼엽충의 크기가 작게는 1㎜부터 70㎝ 이상으로 다양하고 종류도 1만 개나 되는 만큼 지금까지 삼엽충의 중안을 못 찾은 것이라고 가정했다. 삼엽충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아우라코플레우라 코닌키(Aulacopleura koninckii) 화석을 샘플로 정한 연구팀은 일부가 깎인 머리 화석 전면에서 모양도 크기도 거의 같은 작은 점 3개를 특정했다.
조사 관계자는 "각 점은 윤곽이 뚜렷하고 매끈한 다갈색"이라며 "이 점들은 모두 균일하고 비슷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부패나 화석이 될 때 우연히 생겼다기보다는 삼엽충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 중안의 흔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사이클로피게 시빌라(Cyclopyge sibilla) 및 게라스토스 쿠비에리(Gerastos cuvieri) 등 다른 삼엽충 화석에서도 중안의 흔적을 확인했다. 두 삼엽충의 경우 중안의 위치와 구조로 미뤄 아우라코플레우라 코닌키에 비해 활용도가 높고 기능도 뛰어났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연구팀은 학자들이 지금껏 삼엽충의 중안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유생 상태에서만 나타나는 데다, 얇고 투명한 배갑(갑각류 두흉부를 감싸는 껍질) 아래 자리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배갑은 화석이 될 때 투명도가 사라져 아무리 화석을 조사해도 중안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조사 관계자는 "삼엽충이 세 번째 눈을 가졌다는 것은 그 진화 과정을 자세히 이해하는 힌트일지 모른다"며 "캄브리아기 전기, 현재의 중국에 서식한 절지동물의 경우 중안이 4개였는데, 현생종 곤충이나 갑각류의 중안 숫자가 바뀐 이유도 알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참고로 지난해 7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팀은 삼엽충과 같은 시대에 생존한 고대 절지동물 스탠리카리스 화석에서도 제3의 눈을 발견했다. 스탠리카리스는 고대 절지동물에 속하면서도 전대뇌, 중대뇌, 후대뇌로 구성되는 현대 절지동물과 또 다른 머리 구조를 가진 터라 관심이 집중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