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에게 숨겨진 제6의 감각이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조사에서 토케이도마뱀붙이(Gecko gecko, 토케이게코)가 제2의 귀로 낮은 진동을 감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생물학자 다웨이 한, 캐서린 카 연구원은 25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토케이게코가 깊고 낮은 진동을 감지하는 제6감을 가졌다고 전했다. 토케이게코는 밝은색 피부에 선명하고 특징적인 반점 때문에 반려동물로 각광받는 파충류다.
토케이게코는 다른 많은 파충류와 마찬가지로 고음에 특화된 청력을 가졌다. 1600~2000Hz(헤르츠)는 기본이고 최대 5000Hz 대역의 소리를 감지한다. 토케이게코를 오래 관찰한 두 연구원은 이 도마뱀이 저음에 특화된 제2의 귀를 가져 50~200Hz의 진동을 느끼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웨이 한 연구원은 "파충류 중에 이 정도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종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물고기가 육상에 진출할 때까지 청각의 진화에 숨은 미스터리를 풀 힌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토케이게코에서 발견된 두 번째 귀는 내이 안에 자리한 구형낭(utricle)이라는 작은 공 모양의 기관이다. 사실 구형낭은 토케이게코 뿐만 아니라 인간은 물론 어류, 양서류, 조류, 포유류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다만 인간의 구형낭은 소리를 감지하지 못하고 평형 감각을 관장한다.
다웨이 한 연구원은 "구형낭을 이용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어류와 양서류 뿐"이라며 "이번에 파충류인 토케이게코 역시 이 감각을 지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하게 말하면 토케이게코는 구형낭으로 공기가 전달되며 나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니다"며 "아마 지면이나 물속을 전해 오는 느린 진동을 감지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들에 따르면, 토케이게코의 구형낭은 진동에 의한 신호를 VeO(nucleus vestibularis ovalis)라는 신경세포로 보낸다. 이는 중뇌로 전달돼 도마뱀이 지각한다. VeO는 귀의 다른 기관으로부터 정보는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통상의 소리는 듣지 못한다고 여겨진다.

캐서린 카 연구원은 "토케이게코가 제2의 귀로 무엇을 감지하는지 자세한 내용은 아직 모른다"면서도 "이들의 두 번째 귀는 땅이나 물속을 전달하는 진동을 감지하거나 바람, 비, 포식자 등이 일으키는 미세한 저음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연구원은 "뱀이나 도마뱀 대부분은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여겨져 왔다"며 "실제로는 이 감각 경로를 이용해 진동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동물의 지각에 대한 그동안의 상식은 달라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