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왜성을 공전하는 행성에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안정된 대기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적색왜성은 표면에 플레어가 발생하기 쉬운 활동성이 높은 항성으로,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은 강력한 항성풍 탓에 대기가 남아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여겨져 왔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행성학자 조슈아 토튼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말 낸 조사 보고서에서 적색왜성을 도는 암석질 외계행성이 생명을 지탱할 만한 안정된 대기를 유지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적색왜성은 외계행성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천체로, 대체로 활동성이 높다. 태양보다 작고 어두운 저온의 항성으로 우리은하에 흔한 적색왜성은 물과 생명체 존재가 기대되는 해비터블 존(골디락스 존)이 작은 편이고, 여기를 공전하는 외계행성의 공전 주기는 지구 시간으로 며칠 정도로 짧다. 그만큼 관측 정보를 모으기 쉬워 많은 학자들이 적색왜성의 해비터블 존을 공전하는 외계행성에 주목해 왔다.

연구팀은 조건에 따라서는 행성의 대기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는 적색왜성을 조사해 왔다. 연구팀은 암석 행성이 용융 상태로 형성되고 나서 수억 년에 걸쳐 차가워져 굳어질 때까지 과정을 컴퓨터로 모델화했다.
특히 물병자리 방향으로 약 40광년 떨어진 적색왜성 트라피스트-1(TRAPPIST-1)의 해비터블 존을 공전하는 외계행성 트라피스트-1e를 분석한 결과가 흥미롭다. 행성이 원시 행성계 원반으로부터 얻은 수소 대기를 갖고 형성될 경우, 산화철의 환원 반응에 의해 물이 생성되고 이산화탄소 등 기체로 구성된 안정된 대기를 가질 가능성이 떠올랐다.
조슈아 교수는 "이런 가능성은 프록시마 센타우리나 LP 890-9 등 다른 항성계에서도 나타났다"며 "적색왜성을 공전하는 암석 행성 일부가 수소가 포함된 대기로부터 물이 생성돼 지구와 같은 바다 행성이 된다는 가설이 입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연구는 적색왜성의 해비터블 존을 공전하는 바다 행성은 기존의 예상보다 많을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통한 트라피스트-1 항성계 조사에서 외계행성 트라피스트-1b와 트라피스트-1c는 대기가 없거나 상당히 얇을 것으로 추측됐지만 경계에 있는 트라피스트-1e는 확인해야 한다"고 여지를 뒀다.
연구팀은 항성과 거리 상 해비터블 존을 공전해 대기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외계행성이 상당히 적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제임스웹우주망원경과 지상의 대형 망원경을 연계한 지속적인 관측 등 외계행성의 해비터블 존을 찾기 위한 연구는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