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 오래된 논란의 답이 달걀이라는 학자들의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생물공학 연구팀은 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런 주장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게재했다.

닭과 달걀 중 어떤 것이 먼저인지 논란은 철학과 과학 등 학계에서 오래 이어져 왔다.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문제가 무한한 연속이라고 논한 바 있다.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는 저서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과연 세상에 시작이 있었는가에 대한 중대한 문제"라고 정의했다.

닭이 아닌 달걀이 먼저 세상에 출현했다는 새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모든 생물을 신이 창조했다고 보는 기독교는 닭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다윈이 진화론을 제창한 이후 과학계는 닭에 또 다른 조상이 존재할 수 있다며 달걀이 먼저라고 논박했다.

2000년 넘게 계속된 논쟁을 들여다본 연구팀은 2017년 미국 하와이 주변 해저 퇴적물에서 발견된 단세포 생물 크로모스파에라 페르킨시(Chromosphaera perkinsii)에 주목했다. 이 생물은 10억 년 이상 전 동물의 진화 계통에서 분기한 것으로 밝혀져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이행할 때 수수께끼를 품은 것으로 기대를 모아 왔다.

조사 관계자는 "크로모스파에라 페르킨시의 세포 크기가 최대에 이르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분열해 동물의 초기 배아 단계와 유사한 다세포 군체(콜로니)를 형성한다"며 "이 군체는 크로모스파에라 페르킨시의 생애 약 3분의 1에 걸쳐 지속되며 적어도 2개의 다른 세포 유형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두고 학계와 종교게에서 오랜 세월 논란이 이어져 왔다. <사진=pixabay>

이어 "단세포 생물인 크로모스파에라 페르킨시의 이런 특징은 지구상에 최초의 동물이 출현하기 훨씬 전부터 다세포 조정과 분화의 과정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며 "유전자 활성 분석을 통해 이러한 군체는 동물의 배아에서 관찰되는 것과 유사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일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배아 발생의 원리가 동물의 출현 이전부터 존재했거나 크로모스파에라 페르킨시가 독립적으로 다세포 발생 구조를 갖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조사 관계자는 "복잡한 다세포 발생을 제어하는 유전적 프로그램이 이미 10억 년 이상 전부터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며 "자연은 닭을 빚어내기 훨씬 전에 달걀을 만드는 유전적 도구를 갖고 있었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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