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이래 한 마리도 목격되지 않는 흰배중부리도요가 아쉽게도 멸종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영국왕립조류보호협회(RSPB)는 26일 공식 SNS를 통해 14년 전 공개됐던 흰배중부리도요의 마지막 영상을 소개하고 이 새의 멸종을 공식화했다.
도요과에 속하는 섭금류 흰배중부리도요는 몸길이 40㎝ 안팎까지 자라며 서아시아와 유럽, 북아프리카에 분포했다. 1995년 2월 모로코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흰배중부리도요는 사람들 눈에 전혀 띄지 않았다.
RSPB 조류학자들은 최근까지 약 30년간 이 새를 조사하다 이달 18일 흰배중부리도요가 멸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RSPB를 비롯해 버드라이프인터내셔널, 내추럴리스생물다양성센터, 런던자연사박물관 등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시차를 두고 흰배중부리도요의 멸종을 발표했다.
RSPB 관계자는 "시베리아 서부에서 번식하고 겨울에 지중해로 이동하는 철새 흰배중부리도요는 유럽 대륙, 북아프리카, 서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멸종한 조류가 될 것"이라며 "많은 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멸종 확률은 약 99.6%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소개한 영상은 1994년 1월 모로코 대서양 연안의 습지에서 촬영됐다"며 "아마도 흰배중부리도요를 담은 동영상은 이것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흰배중부리도요의 멸종 원인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서식지 소멸이 꼽힌다. 무분별한 사냥과 환경오염, 질병, 기후변화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번식지의 농지화, 연안 습지의 오염, 월동지에서 벌어진 수렵이 결정적이었다고 RSPB는 지적했다.
RSPB 관계자는 "다른 종도 그렇지만 흰배중부리도요의 멸종은 인간 탓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며 "흰배중부리도요가 지구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은 다른 16종의 철새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 레드 리스트에 오른 최근 발표 직후 나온 탓에 충격이 더 컸다"고 전했다.
런던자연사박물관 알렉스 본드 박사는 "99.6%라는 것은 0.04%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의미로, 20년 넘게 보이지 않다가 나타나는 새도 있는 만큼 기적은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사람들이 멸종 위기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주지 않으면 흰배중부리도요는 물론 다른 소중한 야생동물도 차례로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