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앞바다에서 발견된 침몰선은 포르투갈 탐험가 바스쿠 다 가마의 마지막 항해 흔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바스쿠 다 가마는 유럽 입장에서 아시아 원정의 시초이자 위인이지만 인도나 아랍 등 피해자 입장에서는 악마 같은 살인마로 평가된다.

미국 텍사스A&M대학교 필리페 비에이라 드 카스트로(64) 교수 연구팀은 6일 낸 조사 보고서에서 케냐 앞바다에서 2013년 발견된 배의 잔해는 바스쿠 다 가마와 깊이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케냐 중서부 마린디 해안가 산호초 아래에서 발견된 배의 잔해를 오래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포르투갈 모험 선단 8척 중 하나로 1524년 침몰한 상 호르헤(Sao Jorge) 호일지 모른다고 결론 내렸다.

케나 마린니 연안 수심 6m 지점에서 발견된 배의 파편들. 상 호르헤 호의 것으로 추측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필리페 비에이라 드 카스트로>

필리페 교수는 "난파선은 500년 전 인도양으로 떠난 바스쿠 다 가마의 마지막 항해에 동행한 배 상 호르헤로 보인다"며 "파편이 잠든 곳은 마린디 연안 수심 6m 지점인데, 주변에서 상아와 동괴 수십 점이 나온 점이 우리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바스쿠 다 가마는 1497년 처음으로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경유해 포르투갈에서 인도양으로 가는 항로를 개척했다. 1524년 인도에서 사망할 때까지 이 경로로 3번 항해해 포르투갈이 무역 패권을 잡는 기초를 마련했다.

역사서를 보면, 상 호르헤 호는 마지막 인도 원정에 동원된 20여 척의 배 중 하나로 바스쿠 다 가마의 죽음 직전 침몰했다. 고고학자들은 바스쿠 다 가마 사후에도 오래 활약하다 1544년 침몰한 노사 세뇨라 다 그라사(Nossa Senhora da Graca) 호의 파편은 찾았는데, 상 호르헤 호의 흔적이 특정된 적은 없다.

바스쿠 다 가마 <사진=pixabay>

필리페 교수는 "우리 추측이 맞는다면 상 호르헤 호는 케냐 해역에 바스쿠 다 가마의 제3함대가 존재한 중요한 증거"라며 "케냐가 과거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유럽의 원정 중계지점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입증할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어 "물론 파편이 정말 바스쿠 다 가마의 상 호르헤 호인지 확신하려면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마린디에서 라스 응고메니까지 약 25㎞ 펼쳐진 산호초 지대에 대한 고고학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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