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생하는 비명소리는 사람이 들을 수 없지만 나방은 분명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나방이 이 소리를 활용해 산란 장소를 결정한다는 주장에 학계가 주목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연구팀은 10일 생물학 논문 저장소 바이오아카이브(bioRxiv)를 통해 이런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식물이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초음파 신음소리를 낸다는 이전 논문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식물이 스트레스로 인한 신호를 낸다면, 그 주변에 머무는 곤충들이 인식하는지 궁금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나방류인 이집트목화잎벌레를 모으고 식물에 자극을 주면서 행동 변화를 살폈다.

조사 관계자는 "이집트목화잎벌레는 비쩍 마른 식물보다 유충에 충분한 식량을 제공할 잎이 무성한 식물에 알을 낳는다"며 "실험실 양쪽에 수분을 머금은 건강한 토마토를 배치하고 한쪽에만 바싹 마른 토마토가 내는 소리를 재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험 결과 이집트목화잎벌레는 소리가 나는 쪽 토마토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반대편 토마토에 알을 낳았다"며 "이집트목화잎벌레는 토마토가 내는 소리를 통해 수분이 부족하다는 정보를 습득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식물과 스트레스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실험은 이전부터 활발하다. 이번 보고서를 낸 텔아비브대 연구팀은 지난해 4월 낸 논문에서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은 토마토가 '톡톡' '따다닥' 등 뭔가 터지는 신음소리를 낸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식물이 관다발, 즉 뿌리에서 빨아들인 수분이 운반되는 통로에 기포를 만들어 소리를 낸다고 생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연구팀은 2022년 논문에서 식물이 스트레스 경감을 위해 아스피린의 원료인 살리실산을 생성한다고 주장했다. 학자들은 식물이 스트레스의 고통을 이기기 위해 사람처럼 진통제를 쓰는 점에 흥미를 보였다.
스웨덴 룬드대학교 생물학자 올리비에 반 아켄 교수는 말 못 하는 식물이 사람 손길을 거부하는 이유를 2022년 논문을 통해 특정했다. 교수는 식물 유전자 연구에 주로 동원되는 모델 애기장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접촉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반응을 촉진하는 유전자 6개를 확인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