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새의 동작을 유심히 관찰해 제작한 신형 드론에 관심이 쏠렸다. 프로펠러 여러 개를 부착해 공중을 나는 일반 드론과는 구조부터 다른 이 드론은 지상을 걷거나 점프할 수 있어 새와 흡사한 동작이 가능하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 로봇공학 연구팀은 12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진짜 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신개념 드론 레이븐(RAVEN)을 공개했다. 레이븐은 이달 초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먼저 소개됐다.
이름부터 까마귀인 레이븐이 일반 드론과 크게 다른 것은 프로펠러 대신 날개를 부착한 점, 새처럼 다리로 지상을 걷고 점프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다.

연구팀은 비행은 물론 지상을 종종걸음으로 다니거나 가볍게 뛰어올라 틈새나 단차를 극복하는 드론을 고안했다. 보행과 비행 모두 가능한 드론이라면 활용 범위가 비약적으로 확장될 거라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레이븐 제작을 주도한 EPFL 신원동 박사는 "새가 하늘의 생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간과되기 쉬운 것은 이들이 지상에서도 능숙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이라며 "아름다운 날개 못지않게 새의 다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기능을 모두 구현한 드론이 우리 목표였다"고 전했다.
이번 드론 제작에서 연구팀을 고민하게 한 것은 날개보다 다리였다. 새의 다리 움직임 자체가 보행할 때와 점프할 때 확연히 다르기 대문이다. 여러 동작이 가능한 다리는 얼마든 개발 가능하지만 무게가 더해지므로 기체는 가벼워야 하는 드론에 적합하지 않다.

신원동 박사는 "레이븐의 속뜻은 'Robotic Avian-inspired Vehicle for multiple Environments', 즉 다양한 환경을 고려한 로봇 드론"이라며 "이족보행 로봇의 다리는 액추에이터가 제어하지만 레이븐은 경량화가 목표이므로 경량 로봇에 쓰는 신축성 재료를 넣어 무게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몸길이 50㎝, 날개 길이 100㎝, 중량 620g인 레이븐은 1m 거리를 4초 안에 주파한다. 약 12㎝의 틈을 뛰어넘고 높이 약 26㎝의 장애물에 올라탈 수 있다. 짧은 거리를 도약해 곧바로 비행할 수 있다.
신원동 박사는 "여러 기능을 고집하다 보니 레이븐의 다리 무게는 230g으로 총중량의 3분의 1이 넘는다"며 "다행히 다리 무게와 체중의 균형이 잘 맞아 보행이나 비행 모두 능숙하다. 점프하며 날아오르는 레이븐의 이륙 동작은 멈춘 상태에서 공중에 뜨는 일반 드론보다 에너지 효율이 10배나 높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진짜 새의 동작을 최대한 구현한 레이븐을 이용해 재난 현장의 보다 효율적인 수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날개 동작이 보다 고도화되면 진짜 새처럼 장애물이 많은 곳은 날개를 접어 빠르게 이동하는 날도 올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