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땅다람쥐(California ground squirrel)가 들쥐를 잡아먹는 광경이 포착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기본적으로 나무 열매를 섭취하는 다람쥐는 이따금 곤충이나 개구리를 사냥하지만 같은 설치류를 포식하는 경우는 전례가 드물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야생동물 연구팀은 20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캘리포니아땅다람쥐의 육식 활동이 처음 확인됐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땅다람쥐는 다람쥣과 설치류의 일종으로 오리건 및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 네바다주 북서부까지 분포한다.

캘리포니아 브리온스 지역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12년째 장기 관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구팀은 올해 6~7월 촬영된 카메라 영상을 돌려보다 캘리포니아땅다람쥐의 들쥐 사냥을 목격했다.

들쥐를 사냥해 물고 가는 캘리포니아땅다람쥐 <사진=위스콘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프로젝트 관계자 제니퍼 스미스 교수는 "총 74차례 기록된 캘리포니아땅다람쥐의 먹이활동 중 무려 42%가 사냥으로 판명됐다"며 "나무 위에 사는 다람쥐와 달리 굴을 파고 사는 캘리포니아땅다람쥐는 초식성으로 종자나 식물이 주식으로 여겨졌지만, 육식 행동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것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냥한 들쥐를 입에 물고 달리거나 한적한 곳에서 뜯어먹는 캘리포니아땅다람쥐의 영상은 충격이었다"며 "상식을 뒤엎는 캘리포니아땅다람쥐의 행동은 계속 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한 결과일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관찰 카메라 영상을 분석한 연구팀은 캘리포니아땅다람쥐가 오직 들쥐만 사냥하며, 이런 먹이활동은 거의 매일, 어디서나 평범하게 일어나는 점에 주목했다.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최근 10년간 들쥐 개체가 급증한 사실이 연관된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일본 다람쥐 전문가 스에츠구 켄지 교수가 최근 SNS에 공개한 사진. 일본다람쥐가 사슴 턱뼈를 갉아먹고 있다. <사진=고미 코우이치 X>

제니퍼 교수는 "브리온스 지역의 들쥐가 늘었다면 캘리포니아땅다람쥐가 주로 섭취하는 먹이들이 부족해졌을 것"이라며 "캘리포니아땅다람쥐가 오직 들쥐만 사냥한 점은 줄어든 먹이와 관련됐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교수는 "들쥐의 급증은 캘리포니아땅다람쥐 입장에서는 절박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이들이 먹이 공급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사실은 인간에 의해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다람쥐가 인간에 상당히 친숙한 동물 중 하나지만 과학적으로는 아직 해명할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일본 야생동물학자가 사슴 턱뼈나 다리뼈를 갉아 철분을 보충하는 일본다람쥐를 포착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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