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빛나는 황금 혀를 가진 이집트 미라가 한꺼번에 10구 넘게 발견돼 관심이 쏠렸다. 학자들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사후세계를 믿은 확실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집트와 스페인 고고학·역사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기원전 304년~기원전 30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황금 혀를 가진 미라를 소개했다.

미라가 나온 곳은 이집트 알 바흐나사에 자리한 고대 도시 옥시린쿠스 유적이다. 연구팀은 이곳 묘지에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의 미라 13구가 안치된 방 3개를 발견했다. 미라는 하나같이 황금 혀가 박혀 있었다.

이집트 알 바흐나사 옥시린쿠스 유적에서 발굴된 황금 혀 중 하나 <사진=이집트관광유물부 공식 페이스북>

조사 관계자는 "옥시린쿠스에서는 지금까지 황금 혀가 16개 나왔다. 이런 미라가 존재하는 것은 당시 사람들이 황금 혀가 죽은 자들이 사후세계에서 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후세계를 굳게 믿었고, 황금은 곧 신들의 고기라고 생각했다"며 "망자가 저승의 신 오시리스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황금 혀를 준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나온 미라 13구는 정치나 제사 등에 관여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것으로 추측된다. 황금 혀 자체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고, 무덤의 부장품이나 벽면의 그림이 모두 정교하고 화려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황금 혀 <사진=이집트관광유물부 공식 페이스북>

조사 관계자는 "미라와 함께 쇠똥구리 모양의 황금 장식품 여러 개가 발굴됐다"며 "당시 사람들에게 쇠똥구리는 그 자체가 액막이였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태양의 움직임을 표시하는 귀한 물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호루스나 이시스, 토트 등 이집트의 다양한 신들을 본뜬 장식품과 정교하게 그려 넣은 벽화가 인상적"이라며 "무덤 천장에는 별들로 둘러싸인 천공의 여신 누트가 들어갔고 신들이 탄 배 그림도 있다. 벽화는 색이 바래지 않고 선명해 좋은 재료를 썼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황금 혀를 가진 이집트 미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학자들은 2021년 고대 이집트 유적 타포시리스 마그나에서 황금 혀를 가진 2000년 된 미라를 찾아냈다. 타포시리스 마그나는 오시리스와 그의 아내이자 누이 이시스에 헌정된 사원이 자리한 곳이어서 학계가 주목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