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 마술에 능통한 고대 이집트 왕실 의사의 무덤을 학자들이 찾아냈다. 약 4000년 전 조성된 이 무덤은 이집트 파라오와 왕실 구성원들이 많이 매장된 사카라에서 발굴됐다.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고대 이집트 궁정 의사 테티 네브 후(Teti Neb Fu)의 묘실 조사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테티 네브 후의 무덤은 약탈된 흔적이 있지만 아름다운 벽면 등은 거의 훼손되지 않아 눈길을 끈다.
테티 네브 후는 이집트 제6왕조(기원전 2345~기원전 2181년)의 5대 파라오 페피 2세를 섬긴 의사로 알려졌다. 페피 2세는 6세에 왕위에 올라 100세까지 무려 94년간 이집트를 이끈 재위기간이 가장 긴 파라오다.

관광유물부 관계자는 "페피 2세가 실력이 탁월한 왕실 의사 덕에 오래 살았다는 의견이 있다"며 "테티 네브 후의 무덤은 발견은 고대 이집트의 의학과 마술을 들여다볼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어 "테티 네브 후는 궁정 의사의 수장이었고 왕실 사람들의 치아를 관리했다"며 "이와 별도로 다양한 독과 약초에 정통해 왕실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기록에 따르면, 테티 네브 후는 치료를 관장하는 이집트 여신 세르케트를 섬기는 사제이기도 했다. 세르케트는 전갈을 신격화한 존재로 고대 이집트인은 전갈 독이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여겼다. 테티 네브 후는 전갈이나 뱀의 독을 약초와 조합해 다양한 치료법을 고안하는 한편, 마술로도 병을 고치려 했다.

고대 이집트의 의학은 수준이 꽤 높다고 여겨진다. 뇌종양이나 당뇨병 진단이 어느 정도 가능했고 악어 배설물을 피임에 이용한 기록도 있다. 사람이 앉는 자세에 따라 뼈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관광유물부 관계자는 "고대 이집트 의사들은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심혈관계를 연구했고 기초적이지만 치과학도 발달시켰다"며 "우울증과 치매의 존재를 알았고 어떻게 치료할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체 방부 처리를 연구하며 탄탄한 화학 지식도 가진 이집트인들은 여러 분야의 과학과 별도로 마술도 널리 연구했다"며 "히브리어로 적힌 성경에도 파라오 곁에 마술사가 존재하며, 지팡이를 뱀으로 바꾸든 등 기적을 행했다는 대목이 등장한다"고 전했다.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페피 2세와 여왕을 섬긴 인물들의 무덤을 현재 조사 중이다. 평평한 지붕과 경사진 벽으로 구성되는 마스타바 양식의 묘실은 화려한 벽화가 들어갔고 곳곳에 값비싼 부장품이 놓였다. 관광유물부는 자세한 조사를 통해 이집트 제6왕조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