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 자리한 선사시대 요새 드마니시스 고라(Dmanisis Gora)의 규모가 학자들의 생각보다 최소 40배 넓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크랜필드대학교 고고학자 나타니엘 사툴로 교수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국제 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에 발표했다. 드마니시스 고라는 조지아 남부 캅카스(코카서스) 산맥에 지어진 약 3500년 전 요새로 견고한 외벽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연구팀은 현재의 조지아와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에 걸친 캅카스산맥의 드론 조사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고대 요새들을 발견해 왔다. 관찰 대상의 하나인 드마니시스 고라는 깊이 약 60m의 협곡을 양쪽에 두고 조성된 청동기시대 요새다.

나타니엘 교수는 "기원전 1500~1000년 사이 이곳에 살던 인류는 바위로 높이 4m, 두께 2.5m의 이층벽을 쌓아 서쪽 적의 침입으로부터 요새를 지켰다"며 "안쪽에는 석조 오두막을 짓고 축사 같은 생활 시설을 조성해 사람들이 생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새의 정확한 규모는 최근까지 불명확했는데, 드론 조사를 통해 크기가 기존 가설의 40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드론이 찍은 항공사진 약 1만1000장을 이어 붙여 작성한 디지털 맵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요새의 가장 안쪽 벽은 1.5헥타르(ha, 약 1만5000㎡) 범위를 둘러싸고, 또 다른 벽은 56ha(약 56만㎡)에 달하는 거주 시설을 보호했다. 과거에 파괴됐거나 미완성된 벽을 포함하면 석벽이 둘러싼 요새의 규모는 대략 80ha(약 80만㎡)로 생각된다.

드마니시스 고라 요새의 규모가 학계의 생각보다 40배 큰 것을 알아낸 연구팀은 사람들의 생활상도 새롭게 추측했다. 나타니엘 교수는 "일부 유물로 미뤄 이곳 사람들은 정교한 청동 세공품을 썼고 동물의 뼈로 만든 바늘을 사용했을 것"이라며 "사람이 죽으면 분구묘 형식인 쿠르간을 만들어 매장했고 염주나 동합금 화살촉, 도자기 등 부장품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수는 "청동기시대 조지아 요새의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컸다는 것은 단순한 거주·군사 시설을 넘어 교역의 역할도 담당했다는 의미"라며 "여기서 나온 다양한 형태의 도자기나 예술품, 무기 등 유물들이 이런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