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고래 배설물을 바다에 뿌려 기후변화를 늦추는 새로운 시도가 진행 중이다.
호주 비영리단체 웨일X 재단(WhaleX Foundation)은 14일 공식 채널을 통해 고래 똥 성분을 합성해 만든 인공물질을 바다에 살포하는 실험을 소개했다.
웨일X가 고래의 똥에 주목한 이유는 간단하다. 고래는 탄소순환을 통해 바다 환경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포경 등의 영향으로 고래 개체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많은 종의 고래는 먹이가 풍부한 심해에서 사냥하지만, 수압이 높은 심해에서 배설할 수 없기 때문에 해수면으로 올라온다"며 "고래의 배변 습성은 영양분이 부족하기 쉬운 해역에 철분, 질소, 인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햇빛이 해수면 부근의 고래 똥에 내리쬐면 해양 먹이사슬의 기반이 되는 식물플랑크톤이 대량 발생한다"며 "고래가 해수면에 나타난 지 불과 3~4일 뒤에는 수천 ㎢ 범위에 광대한 바다 녹지대가 형성된다"고 덧붙였다.
고래의 똥은 지구 환경에도 이롭다. 고래 배설물이 풀린 바닷물은 다른 해역보다 영양분이 3~7배나 많다. 이로 인해 대량 발생한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면 자동차 480만 대가 뿜어내는 연간 약 2200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 플랑크톤들이 죽어 해저에 가라앉으면 탄소가 장기간 바다에 갇힌다.
해수면 근처에서 똥을 싸는 고래가 포경이나 생태계 파괴로 줄어 영양순환이 막히면 바다에 저장되는 탄소 양도 그만큼 줄어든다. 때문에 웨일X는 고래 배설물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합성 고래 분변의 주성분은 질산염과 인, 규소, 철 등으로 바다에 살포하면 진짜처럼 작용하도록 고안됐다"며 "2021년 가짜 배설물 약 360ℓ를 호주 동해안에 뿌리는 실험에서는 너무 빨리 확산돼 식물플랑크톤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측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이뤄질 2차 테스트에서는 바이오팟이라는 대형 용기 2~3개를 사용해 고래 5마리 분량의 인공 배설물을 살포한다"며 "바이오팟은 영양분을 해수면에 가두고 식물플랑크톤을 증식시켜 흡수된 이산화탄소의 양을 정확하게 계측하는 장치"라고 언급했다.
웨일X는 이번 실험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면 영양분이 부족한 해역 약 300곳에 인공 고래 배설물을 살포해 연간 15억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계획이다.
고래 똥을 이용한 지구온난화 방지법은 다른 단체도 진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 과학고문 출신 케임브리지대학교 기후센터장 데이비드 킹 박사는 철분이 풍부한 모래와 화산재를 결합해 고래 똥을 재현하는 미션을 2022년부터 실시 중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