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 세월을 뛰어넘는 도검 장인의 기술이 담긴 월왕구천검(越王勾践剣)은 유연성과 절삭력을 동시에 잡기 위해 서로 다른 재료를 쓴 명검이다. 1965년 출토될 당시 녹이 하나도 슬지 않은 깨끗한 상태였던 월왕구천검은 고대 중국의 뛰어난 야금술을 보여준다.

월왕구천검은 중국 춘추시대 월나라 군주 구천의 보검이다. 검에는 팔체서의 하나인 조충서(鳥蟲書)로 '월왕구천(越王勾践)' 및 '자작용검(自作用剣)'이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이는 월나라 왕 구천 스스로가 만들어 사용한 검이라는 의미다.

길이 약 56㎝, 폭 3~5㎝의 이 검은 중국 후베이성 장링(강릉)의 수몰된 망산일호초묘에 오랫동안 묻혔다가 1965년 12월 발굴됐다. 검이 무덤에 묻힌 경위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초나라가 월나라를 멸망시킬 때 전리품으로 가져갔다가 부장품으로 묻었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월왕구천검 <사진=후베이성박물관(Hubei Provincial Museum) 공식 홈페이지>

약 2500년 전 만들어진 월왕구천검은 마치 다른 세계의 마법 무기가 현실로 튀어나온 듯 신비롭다. 수천 년에 걸쳐 물에 잠겼음에도 칼날에 녹 하나 없었고 손가락이 닿으면 베일만큼 날카롭다. 검의 모양도 아름다워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영원한 빛을 발하는 기적의 검'으로 통한다. 구천이 그 유명한 사자성어 '와신상담'의 주인공이라는 점은 칼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학자들은 월왕구천검이 본체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구리를, 칼날의 경도와 날카로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석을 각각 사용한 점을 알아냈다. 아주 오래전 장인들이 서로 다른 재료를 써 칼을 제작했다는 점에서 과학계의 관심은 지금도 크다.

월왕구천검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현재 중국 후베이성박물관에 전시된 이 검은 1994년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싱가포르로 향했는데, 인부가 실수로 보관함을 파손해 7㎜의 균열이 생겼다. 몹시 당황한 중국 정부는 2013년 공식적으로 국외 전시 금지 중국문화유산 목록에 월왕구천검을 등재했다.

월왕 구천의 보검 월왕구천검 <사진=후베이성박물관(Hubei Provincial Museum) 공식 홈페이지>

중국에서는 국보급 명검인 월왕구천검의 모형은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 중국 후베이성 징저우시는 2005년 자매결연 도시인 강릉시에 정교하게 제작한 실물 크기의 월왕구천검 모형을 기증했다.

중국인들에게 월왕구천검은 단순한 역사적 유물 이상이다. 만질 수는 없지만 눈으로만 봐도 그 자리에서 시간이 멈춰 마치 고대 영웅담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는 평가다. 검 자체의 매력이 대단해 중국인이 아니더라도 곧장 매료된다는 게 중론이다.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무협지나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에 등장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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