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고성에 숨은 비밀 지하 터널이 마침내 발견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 작품에 등장한 비밀 통로가 실존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였다.

밀라노공과대학교 연구팀은 24일 낸 조사 보고서에서 575년 역사를 가진 스포르차 성의 지하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비밀 터널을 여럿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지하 터널의 실존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레이더로 스포르차 성의 지하를 매핑했다. 지하 레이더는 땅속에 전자파를 쏜 뒤 되돌아오는 신호로부터 지반의 밀도, 토양의 조성, 구조물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성의 지하에 여러 개의 지하 공동이나 터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주요 도시 밀라노를 상징하는 스포르차 성. 내부에 비밀 통로가 있음을 암시하는 다빈치의 스케치는 사실로 확인됐다. <사진=pixabay>

스포르차 성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상징 중 하나다. 오래 전의 이탈리아 건축 양식과 예술 기조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유적인데, 최근 조사를 통해서야 수수께끼의 터널이 베일을 벗었다.

조사 관계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생전 많은 스케치 작품을 남겼고, 학자들을 의아하게 한 것이 스포르차 성의 지하 통로"라며 "아내를 잃은 밀라노 공 루도비코 스포르차가 교회 무덤과 연결되는 통로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지만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스포르차 성은 밀라노 공국을 통치하던 프란체스코 스포르차가 1450년 건설했다"며 "1494년 프란체스코의 넷째 아들 루도비코 스포르차가 밀라노 공에 오르면서 전성기를 누렸다"고 덧붙였다.

밀라노 공국을 다스린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후원을 받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사진=pixabay>

루도비코 스포르차는 성 내부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당시 저명한 예술가들을 초대했는데, 그중 한 명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수년간 성의 발전에 기여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루도비코의 요청으로 걸작 '최후의 만찬'도 남겼다.

조사 관계자는 "다빈치는 루도비코의 아버지 프란체스코를 위한 기마상 제작에 착수했지만 결국 미완성으로 끝났다"며 "이 무렵 다빈치가 남긴 스케치 일부에 스포르차 성 내부의 비밀 터널이 그려졌다"고 언급했다.

성의 지하 구조 기록과 함께 그려진 스케치에 따르면, 터널은 성벽과 외벽(현재 흔적만 있음) 사이 회랑 지하에서 약 1㎞ 떨어진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까지 이어졌다. 벽화 '최후의 만찬'이 자리한 이 교회에는 1497년 출산 도중 세상을 떠난 루도비코의 아내 베아트리체 데스테의 무덤이 있다.

다빈치가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요청으로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 식당 벽에 그려 넣은 '최후의 만찬'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이 터널이 루도비코가 아내의 무덤에 몰래 참배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추측했다. 루도비코는 상당한 애처가로, 아내가 죽자 광기에 가까울 정도의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 상실감이 몇 년 뒤 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고 역사가들은 여겨왔다.

조사 관계자는 "스포르차 성의 지하 통로는 앞으로 추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 장소가 과거 어떻게 사용되고 사람들의 삶과 역사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히는 한편, 똑같은 구조물을 만들어 일반에 전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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