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바깥귀(외이)가 물고기의 아가미에서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조상이 어떤 생물인지는 다각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물고기는 주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켁 의과대학교 생물학자 조지 크럼프 박사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겉귀라고도 하는 외이는 귀의 바깥쪽 부분으로 소리를 모아 안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외이는 탄성연골로 구성된다. 탄성연골은 인간의 코에 분포하는 유리연골이나 척추 사이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는 디스크의 섬유연골에 비해 훨씬 유연하다.

인간의 외이를 구성하는 탄성연골은 제브라피시나 대서양연어의 아가미에도 분포한다. <사진=pixabay>

탄성연골이 포유류 외의 동물에게도 있는지 자세한 것은 불명확하다. 연구팀은 사람의 가운뎃귀(중이)의 기원이 물고기 아가미라는 2022년 연구에 착안해 외이 역시 어류로부터 전해졌는지 알아봤다.

연구팀은 최신 단백질 염색 기술을 이용해 제브라피시나 대서양연어를 조사했다. 그 결과 확실히 탄성연골은 물고기 아가미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석한 물고기들이 경골어류라는 점에서 연구팀은 같은 그룹은 대체로 탄성연골을 가졌다고 추측했다.

조지 크럼프 박사는 "조사한 물고기들의 아가미 탄성연골과 포유류 외이 사이에 정말 진화적 연결고리가 있는지 추가 검증했다"며 " 인핸서로 불리는 짧은 DNA 배열은 유전자 기능을 강화하는 일종의 스위치로 특정 조직에서만 움직인다. 인간의 외이 인핸서는 제브라피시의 아가미에서 잘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생후 2주 지난 지브라피시의 아가미에서 활성화된 인간 외이의 인핸서 <사진=네이처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올챙이나 도마뱀을 대상으로 한 같은 실험을 통해 양서류 및 파충류도 물고기 아가미로부터 귀의 구조를 계승했음을 알아냈다. 도마뱀의 경우 외이도에서 인핸서 스위치가 켜졌기 때문에 파충류가 지상에 등장했을 무렵(약 3억1500만 년 전)에는 탄성연골이 아가미에서 외이도로 변화했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조지 크럼프 박사는 "이런 탄성연골의 인핸서는 투구게에서도 확인된다"며 "4억 년 전 출현한 투구게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린 만큼 오래된 종이다. 이는 인간의 외이가 상상 이상으로 유구한 기원을 가질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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