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나 란제리를 착용한 여성의 사진, 일명 그라비아 화보는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 중 하나다. 주로 젊은 여성 스타들의 그라비아 사진이 인기를 끄는데, 최근에는 1980~1990년대를 풍미한 50~60대 중년 스타들의 그라비아가 각광을 받는다.

대표적인 인물은 1985년 가수로 데뷔한 모리구치 히로코(56)다. 인기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Z건담'의 후기 오프닝 곡 '물의 별에 사랑을 담아(水の星へ愛をこめて)'로 엄청난 인기를 끈 그는 최신 앨범에서 무려 34년 만에 비키니 자태를 과시했다.

탤런트 카토 레이코(55)도 마찬가지다. 사진 전문 주간지 최신호를 통해 26년 만에 그라비아 화보에 도전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배우 나카지마 후미에(56)는 최근 수년간 수영복을 입고 포즈를 잡은 그라비아 화보를 연례 행사처럼 내놓았다.

최근 매년 그라비아 화보를 내놓는 나카지마 후미에. 수위가 꽤 높다. <사진=나카지마 후미에 공식 사진집 '中島史恵 fumie56' 인스타그램>

1980년 TBS 드라마 '잘 지내요!(元気です!)'로 데뷔한 관록의 배우 미야자키 요시코(66)와 데뷔 당시 너무 아름다워 사람을 홀린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가수 후지 아야코(63)는 무려 60대 그라비아 화보를 선보였다.

이처럼 그라비아 모델의 연령대가 50~60대까지 올라간 이유는 뭘까. 한 출판사 제작자는 주간지 슈칸죠세 프라임과 인터뷰에서 "그라비아 하면 10대 후반~20대 여성들만 참여 가능한 분야로 여겨지지만 초창기 이런 콘텐츠를 향유한 독자들이 이제 50~60대가 됐다"며 "팬들이 고령자가 되면서 그 시절 그라비아 아이돌들이 소환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견 배우 미야자키 요시코가 20대에 냈던 그라비아 화보. 40년 세월을 넘어 최근 새로운 그라비아 사진집에 도전했다. <사진=미야자키 요시코 인스타그램>

이어 "물론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의 그라비아 화보도 잘 나가지만, 이 분야의 원조 스타들을 그리워하는 당시 팬들에게 나이는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라며 "그라비아의 전설로 통했던 카토 레이코의 그라비아 사진집이 다시 나왔을 때 팬들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요즘 중년의 외모가 예전보다 훨씬 젊은 점도 50~60대 그라비아의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십년 전과 지금의 50~60대는 외모가 확연하게 다르다. 안티에이징, 바디케어 기술이 진보했고 의학이 발달해 수명이 늘었다"며 "중년 그라비아 역시 '늙어서 추하다'는 비난보다 '그 나이에 대단하다'는 칭찬이 더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