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인 중에는 산책 중인 반려견이 오줌을 눈 뒤 맹렬하게 땅을 긁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습관이겠거니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텐데, 도대체 개들은 왜 이런 행위를 할까.

과학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동물 행동학자들의 말을 통해 이같은 행동을 '땅 긁기(ground scratching)'라고 설명했다.

이는 모든 개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영국 반려동물 행동상담사 협회 임상 동물 행동학자 로지 베스코비에 따르면 땅 긁기는 수컷과 암컷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만 전체 개 중에서는 10%에게서만 관찰된다.

땅 긁기는 확실한 발생 포인트가 있다. 개가 소변이나 대변을 본 직후나 낯선 냄새가 나는 지역에 들어갈 때, 다른 개의 대소변 냄새를 맡은 직후 등이다.

그리고 이는 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늑대나 코요테, 사자 같은 다른 포유류도 땅을 긁는다. 펜실베이니아 스쿨 오브 베티네리 메디신 대학의 수의학 행동학자 카를로 시라쿠사는 "실제로 코요테와 늑대의 땅을 긁는 습관에 대한 여러 연구는 개가 왜 그러는지 유용한 단서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사진=pixabay>

무리를 지어 사는 늑대에게 땅 긁기는 사회적 본성과 관련이 있다. 무리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 동물은 자신의 영토를 표시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보인다. 따라서 땅 긁기는 다른 무리의 늑대에게 '경계를 넘으면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행위다.

또한 이런 영역 표시는 땅 긁기를 통해 두 가지로 표시된다. 첫째는 '시각적인 표시'로, 동물이 땅바닥에 남긴 긁힌 자국이다. 두 번째는 늑대가 흙을 긁어내 땅에 뿌릴 때 소변은 물론 늑대의 발에 있는 분비샘에서 나오는 액체에 의해 냄새가 남는다.

이는 개에게도 마찬가지다. 특히 개들은 대소변의 냄새는 물론 발바닥의 땀샘이나 발가락 사이의 피지선 등을 통해 늑대처럼 냄새를 퍼뜨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만 이 냄새가 어떤 기능을 가졌는지는 불분명하기 때문에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땅 긁기가 공격적인 행동이라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반대했다. 잘 길든 반려견들은 늑대나 코요테처럼 자기가 지켜야 하는 영역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다른 개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방법일 수 있으며 제한된 공간에서 서로 만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방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라쿠사는 "개 입장에서는 '당신이 저를 알고 있고 우리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여기 있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잘 지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것입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땅 긁기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결론 내렸다.

물론 신경이 예민한 개들에는 '공간을 통제하고 더 안전하게 만들려는 시도'일 수 있다. "이런 개들은 실제로 다른 개를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시라쿠사는 설명했다. 이는 개가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 있을 때 땅을 더 많이 긁으며 중성화된 암컷이 그렇지 않은 개보다 더 땅을 긁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베스코비는 말했다.

땅을 긁는 반려견에 대해 견주가 해야할 일은 무얼까. 전문가들은 반려견의 본능을 억누르려고 하는 대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시라쿠사는 "반려견들이 다른 개들과 메시지를 교환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그들을 더 취약하게 느끼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베스코비는 "잔디와 흙이 얼굴에 튀었다고 불평하는 견주들을 제외하고는 이 행동이 문제가 된 것을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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