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비밀을 간직한 지하 터널이 역사의 도시 쿠스코에서 발굴됐다. 잉카제국을 상징하는 고도의 건축 기술이 빚어낸 이 터널은 일부만 발견된 터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페루 고고학협회 연구팀은 7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 지역의 전설로 회자돼 온 지하 터널이 실제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터널은 잉카제국의 중요한 유적 태양신전과 삭사이와만 요새를 연결한다. 전체상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목적에 대해서도 여러 고고학자들이 가설만 세운 상태인데, 그 자체로 귀중한 유산임은 틀림없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조사 관계자는 "지하 터널은 쿠스코 중심부에서 건물 기초를 조사하기 위한 정기 측량작업 중 우연히 발견된 것"이라며 "작업자가 숨겨진 석조 입구를 발견하고 페루 고고학협회에 연락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들어가 정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입구는 시내를 종횡으로 달리는 도로의 아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터널은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초 만들어진 것으로 판명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터널이 1438년부터 1533년까지 약 100년 동안 남미 안데스 지방을 지배한 잉카제국의 중요한 유구라고 결론 내렸다. 석조 터널은 모르타르를 사용하지 않고 딱 맞는 돌을 쌓는 잉카제국 특유의 건축 설계가 적용됐다. 틈을 최소화한 잉카인의 이 뛰어난 기술은 안데스 지방의 잦은 지진에도 건축물이 견디게 해줬다.

조사 관계자는 "터널에 갖춰진 고도의 배수 시스템은 잉카인이 잦은 침수를 막는 건축 기술을 알았음을 의미한다"며 "쿠스코 중심부 태양신전에서 출발해 인근 삭사이와만 요새로 이어지는 이 터널은 단순한 통로가 아닐 것"이라고 추측했다.
터널의 정확한 길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중간에 여러 분기점과 넓은 공간이 마련됐다. 이에 연구팀은 터널이 잉카 귀족이나 신관이 의식 장소를 왕래할 때 사용한 비밀 통로일 가능성을 점쳤다. 공물을 보관하는 작은 구덩이가 만들어진 점에서 종교의식을 치른 장소일 수도 있다고 봤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쿠스코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현지에서는 몇 세대에 걸쳐 지하에 잉카의 비밀 통로가 있다는 말이 전해져왔기 때문"이라며 "더 알아봐야겠지만 이 터널은 그 자체가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큰 페루의 보물"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