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비밀을 간직한 지하 터널이 역사의 도시 쿠스코에서 발굴됐다. 잉카제국을 상징하는 고도의 건축 기술이 빚어낸 이 터널은 일부만 발견된 터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페루 고고학협회 연구팀은 7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 지역의 전설로 회자돼 온 지하 터널이 실제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터널은 잉카제국의 중요한 유적 태양신전과 삭사이와만 요새를 연결한다. 전체상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목적에 대해서도 여러 고고학자들이 가설만 세운 상태인데, 그 자체로 귀중한 유산임은 틀림없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삭사이와만 요새 아래에서 발견된 지하 터널. 태양신전과 연결돼 있으며 일부 구간만 확인됐다. <사진=페루 고고학협회 공식 페이스북>

조사 관계자는 "지하 터널은 쿠스코 중심부에서 건물 기초를 조사하기 위한 정기 측량작업 중 우연히 발견된 것"이라며 "작업자가 숨겨진 석조 입구를 발견하고 페루 고고학협회에 연락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들어가 정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입구는 시내를 종횡으로 달리는 도로의 아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터널은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초 만들어진 것으로 판명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터널이 1438년부터 1533년까지 약 100년 동안 남미 안데스 지방을 지배한 잉카제국의 중요한 유구라고 결론 내렸다. 석조 터널은 모르타르를 사용하지 않고 딱 맞는 돌을 쌓는 잉카제국 특유의 건축 설계가 적용됐다. 틈을 최소화한 잉카인의 이 뛰어난 기술은 안데스 지방의 잦은 지진에도 건축물이 견디게 해줬다.

잉카제국을 상징하는 마추픽추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터널에 갖춰진 고도의 배수 시스템은 잉카인이 잦은 침수를 막는 건축 기술을 알았음을 의미한다"며 "쿠스코 중심부 태양신전에서 출발해 인근 삭사이와만 요새로 이어지는 이 터널은 단순한 통로가 아닐 것"이라고 추측했다.

터널의 정확한 길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중간에 여러 분기점과 넓은 공간이 마련됐다. 이에 연구팀은 터널이 잉카 귀족이나 신관이 의식 장소를 왕래할 때 사용한 비밀 통로일 가능성을 점쳤다. 공물을 보관하는 작은 구덩이가 만들어진 점에서 종교의식을 치른 장소일 수도 있다고 봤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쿠스코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현지에서는 몇 세대에 걸쳐 지하에 잉카의 비밀 통로가 있다는 말이 전해져왔기 때문"이라며 "더 알아봐야겠지만 이 터널은 그 자체가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큰 페루의 보물"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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