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주를 염두에 둔 연구가 최근 활발한 가운데, 해저야말로 사람들의 미래 정착지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영국의 한 회사는 익명의 백만장자의 후원을 받아 관련 프로젝트를 착착 진행 중이다.

영국 스타트업 딥(DEEP)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인류가 머지않은 미래에 살아갈 바다 거주지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바다야말로 우주보다 안전하고 오염된 땅을 대신할 인류의 다음 안식처라는 입장이다.

바다에 항구적인 거주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딥 사는 센티넬이라는 이동식 해저 주거 유닛을 개발 중이다. 이들의 생각에 감명을 받은 익명의 억만장자가 자금을 제공하고 있어 여러모로 관심을 받는다.

센티넬의 기본 구조. 특수강을 내압 설계에 따라 이어 붙인 센티넬 1개에 6명이 거주할 수 있다. <사진=DEEP 공식 홈페이지>

인간은 예로부터 바다에 많은 호기심을 품어 왔다. 기원전 4세기 알렉산드로스 대왕 시대에는 사람이 거대한 유리병에 들어가 바다에 잠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해저에 대한 탐구는 지금도 여전해 2023년 3월에는 미해군 잠수부 출신 조셉 디트리(56) 교수가 수심 9m에서 100일간 머무는 극한 체험에 성공했다.

센티넬은 일반 주택 크기의 잠수함이다. 침실 6개와 주방, 욕실, 화장실을 갖췄고 거실도 포함된다. 센티넬 하나에 최대 6명이 머물 수 있고 여러 개의 센티넬을 연결해 대규모 해저 시설 건설도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해저생활을 실현하기 위해 센티넬에 적용하는 특수 강재는 수심 200m 수압에도 견딘다"며 "2027년부터 운용할 예정인 센티넬은 일단 80m 수심에서 인간이 대략 1개월 머물 수 있는 내압성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센티넬을 이어 붙이면 대규모 거주지를 만들 수 있다. <사진=DEEP 공식 홈페이지>

이어 "우리 목표는 인간이 영원히 해저에서 사는 것"이라며 "많은 학자와 업체들이 현재 우주를 바라보고 있지만 인류가 지상을 떠나 장기간 거주할 곳은 바다"라고 자신했다.

물속은 수압이 발생하기 때문에 우주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주를 위해 고려할 사항이 많다. 수심이 수십 m만 돼도 높은 수압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센티넬은 현재 80m 호수에서 장기간 테스트 중이지만 인간이 물속에서 가장 오래 머문 시간은 디트리 교수가 세운 100일이므로 그 이후 인체가 받는 영향은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내압 설계를 하더라도 2023년 5명의 희생자를 낸 잠수정 타이탄 사고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회사 관계자는 "수중은 태양광이 들지 않는 환경이다 보니 공동생활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수면장애와 스트레스 증가가 특히 우려되는데, 사람의 정신건강에 관련된 내용은 센티넬의 내압성이 완전히 검증된 뒤 실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심 80m 깊이에 만들어진 센티넬의 상상도. 아늑한 침실이 딸려 있다. <사진=DEEP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국제 인증 기관 DNV와 협력해 센티넬이 안전기준을 충족하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지만 인류에게 바다 밑바닥이 위험한 곳임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언젠가 사람이 뭍을 떠나야 한다면 다음 거주지는 바다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딥 사의 노력과 별개로 많은 우주개발 주체들이 행성이주 가능성을 경쟁적으로 시험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비행사가 달에 장기간 머무는 표면 거주 시스템을 검토 중이다. 중국은 2035년까지 달의 남극에 월면기지를 건설할 방침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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