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하는 생명력으로 유명한 곰벌레가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줄여줄지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방사선 치료는 일반적인 암 치료법이지만 정상 세포까지 죽이고 만다. 환자에 따라서는 치료를 중단할 정도로 부작용이 심한 경우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암 환자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열쇠가 곰벌레의 단백질이라고 소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연구하는 곰벌레는 극한의 온도를 견디고 오래 먹지 않아도 크립토바이오시스(cryptobiosis)라는 휴면 시스템을 이용해 살아남는다. 특히 인간 치사량을 훨씬 넘는 방사선을 맞고도 죽지 않는다.
연구팀은 암 환자가 받게 되는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줄일 방법을 찾아왔다. 곰벌레의 대단한 생존 능력에 주목한 연구팀은 Dsup(Damage suppressor)이라는 방사선 내성 단백질을 쥐에 투여하면 어떻게 되는지 실험했다.

실험 관계자는 "곰벌레는 인간이 견디는 방사선의 2000~3000배에 노출돼도 죽지 않는다. 이런 내성의 비밀은 Dsup 단백질"이라며 "Dsup은 곰벌레의 DNA에 결합해 방사선에 의한 피해를 막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곰벌레 단백질 유전 정보를 가진 mRNA를 쥐에 투여하면 Dsup의 유전정보를 복사해 세포가 단백질을 만든다"며 "Dsup 단백질 유전정보를 가진 mRNA를 쥐의 구강 및 직장에 주사하자 몇 시간 만에 방사선에 의해 끊어지는 DNA의 이중 가닥이 50%나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곰벌레 특유의 방사선 내성은 mRNA를 주사한 부분에만 나타났다. Dsup 단백질의 보호 효과는 주사 부위에 한정되기 때문에 암세포 자체가 방사선 치료를 피하는 우려도 없다.

실험 관계자는 "현재 인간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곰벌레 단백질을 개발 중"이라며 "Dsup 단백질을 그대로 인체에 투여하면 면역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료용으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젠가 곰벌레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 예방이 실현되면 활용 분야는 암 치료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우주선 피폭이 불가피한 비행사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방법 역시 개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