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상어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뚜렷한 친밀감을 표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계는 상어가 의외로 지능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목했다.

서호주대학교 연구팀은 17일 공개한 관찰 보고서에서 고래상어가 기생 생물을 잡아주는 사람이 다가오면 헤엄치는 속도를 늦추는 등 보조를 맞춘다고 전했다.

고래상어는 몸길이가 보통 9~12m, 최대 약 19m에 이른다. 포유류를 제외한 척추동물 중 가장 큰 고래상어는 성격이 아주 온순해 개와도 친해질 정도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고래상어의 생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지능과 사람에 대한 친밀감을 확인했다. 여과섭식동물로 입을 크게 벌리고 작은 플랑크톤과 물고기를 잡아먹는 고래상어를 관찰하던 연구팀은 몸에 들러붙은 요각류를 제거해 주다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

고래상어가 사람을 알아보고 친근감을 표시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고래상어의 피부와 조직을 모아 이들이 무엇을 먹고 얼마나 깊이 잠수하는지 생태조사를 벌여왔다"며 "최근 고래상어 피부에 부착된 기생성 갑각류 등 요각류를 채취, 분석한 결과 생태에 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고래상어는 피부에 붙은 요각류를 해류 등을 이용해 떨어내지만 지느러미 부근에 딱 붙은 것은 일생 달고 다닌다"며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요각류를 조심스럽게 떼준 연구원을 고래상어가 인식하고 천천히 헤엄치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래상어는 자신의 몸에 붙은 요각류를 제거해 준 연구원이 다가오면 헤엄치는 속도를 낮췄다. 심지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고, 요각류 제거 작업 동안에는 더욱 천천히 헤엄쳤다.

고래상어는 요각류가 들러붙으면 제대로 떼어내지 못한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기생성 요각류가 고래상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조사 중이지만 가려움을 유발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직접 떼기 힘든 곳에 들러붙은 요각류를 플라스틱 칼로 긁어 떼준 사람에게 친근감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형 인식은 동물의 지능을 가늠하는 지표다. 상어가 상대 개체의 외형을 기억할 정도로 지능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는 별로 없다. 보통 해상의 대형 어류 중 지능이 높은 것으로는 포유류인 고래류가 꼽힌다. 상어류의 지능은 고래의 한참 아래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고래상어가 다이빙 슈트를 입은 연구원의 얼굴 자체를 인식한 것인지, 체형이나 검은 슈트 색상 등 전체적인 외형을 알아보는 것인지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래류보다 떨어진다고 생각돼 온 상어류의 지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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