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를 사이보그화해 복잡한 장애물과 지형을 통과하는 실험에 학계가 주목했다. 곤충 등 작은 동물을 이용한 생체로봇은 재난 현장 등 극한의 환경에서 활약이 기대돼 연구가 활발한 분야다.
일본 오사카대학교와 인도네시아 디포네고로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3일 보고서를 내고 사이보그 화한 바퀴벌레의 장애물 통과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곤충을 사이보그로 만드는 발상은 황당하게 들리지만 미래가 밝다고 평가되는 분야다. 몸집이 작은 사이보그 곤충은 전력 공급이나 배터리 문제가 없고 다양한 장애물을 신속하게 통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연구는 내비게이션을 지원했고 실험 환경도 평면 등 비교적 단순했다.

연구팀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침투하고 지능이 높은 바퀴벌레에 주목했다. 마다가스카르 바퀴벌레에 전기 자극 장치 및 장애물·온도 검출 센서 등 합계 2.9g의 장비를 탑재한 연구팀은 돌과 나무토막이 흩어진 모래 통과 실험을 실시했다.
오사카대 모리시마 케이스케 교수는 "현재 개발된 가장 뛰어난 로봇조차 동작이 생물보다 어색하고, 특히 계단 오르내림과 같은 수직 방향 동작은 큰 과제"라며 "바퀴벌레는 벽을 오르고 단차를 넘거나 가느다란 파이프 속을 빠르게 달리는 등 높은 기동성을 가졌다"고 말했다.
사이보그 바퀴벌레는 작은 전극을 통해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유도할 수 있다. 굳이 필요 없을 때는 바퀴벌레 자신의 동작을 방해하지 않도록 장치를 설계했다. 모래에서 테스트한 결과, 사이보그 바퀴벌레는 아무 문제 없이 신속하게 목적지에 도달했다.

모리시마 교수는 "장애물이 보다 밀집되고 고저차가 있는 환경에서 재차 실험하자 시간이 좀 더 걸렸지만 장애물을 회피하거나 극복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며 "사이보그 바퀴벌레는 기계로만 이뤄진 로봇보다 제작이 쉽고 잘 움직이며 자율성도 뛰어나다"고 자평했다.
학계는 이번 사이보그 바퀴벌레가 로봇의 미래를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일단 넘어지면 스스로 못 일어나는 등 기존 로봇의 숙제를 해결한 사이보그 곤충 로봇은 수색 활동이나 특정 물질의 탐지 등에 활용 가능하다고 학자들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