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축구장 밑에서 약 2000년 전 로마시대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 여기에는 무려 150구 넘는 젊은 로마 병사들이 잠들어 있었다.

빈 자연사 박물관 고고학 연구팀은 1세기 로마제국 시절 전사한 젊은 병사들을 집단 매장한 묘지의 조사 보고서를 7일 발표했다.

이 매장지는 빈 외곽 시머링 지역의 축구장 개보수 공사 중에 정체가 드러났다. 괴담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충격적인 발견인데, 연구팀은 고고학적으로 상당한 가치를 지닌 유적이라고 평가했다.

오스트리아 빈 외곽의 축구장 개보수 현장에서 드러난 1세기 로마시대 매장지 <사진=A. Slonek/ Novetus>

조사 관계자는 “1세기경 로마인들이 만든 묘지에서 확인된 시신만 150구로, 실제로는 더 많은 병사가 묻혔을 것”이라며 “사실 빈은 오스트리아를 침략한 로마인들이 켈트족 마을 빈도보나(Vindobona)에서 땄을 만큼 침략의 역사를 간직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마제국은 오스트리아를 칠 당시 경계선이던 다뉴브강변에 여러 주둔지를 설치했고, 빈도보나는 규모가 가장 큰 전초기지였다”며 “여기에만 한때 로마인 1만6000명에서 2만명이 머물렀다는 기록이 있다”고 덧붙였다.

축구장 아래 로마제국 묘지가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개보수 공사에 나선 인부들이 수많은 사람 뼈를 발견하고 혼비백산했다.

게르만인과 전투에서 전사한 로마 병사의 유골 <사진=A. Slonek/ Novetus>

조사 관계자는 “매장지 크기는 가로 5m, 세로 4.5m, 깊이 최대 0.5m로 크지는 않다”며 “여기에 수많은 병사가 아무렇게나 던져졌다. 장례식도 동료들의 애도도 없이 서둘러 땅에 묻은 듯하다”고 추측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 결과 망자 대부분은 20~30대 로마군 병사다. 키는 170㎝ 안팎으로 당시로 치면 컸다”며 “영양 상태도 양호하고 질병의 흔적도 거의 보이지 않아 정예병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유골 대부분 죽음 직전 받은 외상이 확인됐다. 일부는 치명상이 된 것으로 생각되는 창과 검, 단검, 화살로 인한 흉터가 남았다. 즉 병사들은 처형이 아닌 전투에서 최후를 맞은 것이 틀림없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축구장 아래 로마시대 매장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빈 자연사 박물관 고고학자들 <사진=A. Slonek/ Novetus>

매장지에서는 로마군 병장기도 여럿 나왔다. 은장식이 달린 단검부터 갑옷과 투구, 로마군의 샌들 칼리가 등 종류도 다양했다. 모두 1세기 로마 병사들이 갖췄던 표준 병장기다.

조사 관계자는 “로마는 4세기 이전까지 화장이 일반적이었기에 이번 발견은 상당히 의외”라며 “로마제국은 엄격한 장례풍습이 있었고 사후에 지켜야 할 세세한 규범까지 만들었다. 1세기 매장된 로마인 유해가 발견되는 일은 거의 없으며, 이번 묘지는 게르만과 전투를 뒷받침하는 최초의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수많은 병사가 전사한 배경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서기 86~96년 로마 황제 도미티아누스가 도나우강에서 벌인 전쟁”이라며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죽은 병사들을 곧장 매장할 만큼 당시 전투는 치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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