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고대 유적 괴베클리 테페의 기둥 일부의 조각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태음양력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음양력은 태음력과 태양력이 조화를 이루는 역법으로 우리나라의 음력이 포함된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지난달 말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신석기 유적 괴베클리 테페의 돌기둥에 새겨진 조각 일부가 태양이나 달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표시한 기록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구의 환경을 크게 변화시킨 혜성 충돌 기록도 남아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괴베클리 테페는 튀르키예 남동부 샨르우르파 외곽 언덕에 자리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 복합시설로 꼽히며 돌기둥에 조각된 다양한 상징물과 조각으로 유명하다.

괴베클리 테페에 분포하는 돌기둥들. 전부터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끈 43번 기둥이 이번 조사의 핵심이었다. <사진=에든버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전부터 이곳의 조각 일부가 고대 천문학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돌기둥 조각은 과거에 일어난 엄청난 천문 현상을 기록했다고 본 연구팀은 최근 조사에서 약 1만3000년전 일어난 혜성 충돌의 기록을 발견했다.

에든버러대 고고학자 마틴 스웨트먼 교수는 "우리가 의심한 사건은 이후 1200년 이상 지속된 소빙기의 계기가 돼 환경을 격변시키고 일부 대형동물의 멸종을 야기했을 것"이라며 "이는 인간의 생활양식에도 변화를 가져와 농업의 출현을 촉발했고, 결국 서아시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문명이 탄생했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43번 기둥 일부에서 태양력 또는 태음력의 흔적을 다수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사진=에든버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이 이런 추측을 한 결정적 계기는 유명한 43번 돌기둥(Pillar 43) 등에 새겨진 V자 마크다. 각 V자는 1일을 나타내고 전체적으로는 365일의 달력을 구성한다는 게 연구팀 생각이다. 이 생각이 맞는다면 괴베클리 테페의 주민들은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이를 기록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마틴 스웨트먼 교수는 "이곳의 조각들은 태양은 물론 달의 사이클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만2000년 전 세워진 이곳 기둥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태음양력일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가설대로라면 괴베클리 테페의 달력은 지금까지 알려진 태음양력보다 수천 년이나 앞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튀르키예의 유명한 고대 유적 괴베클리 테페 <사진=Channel_FER 유튜브 공식 채널>

교수는 "이곳의 달력은 하지가 특별한 날로 묘사된 점이 인상적"이라며 "황소자리 유성우 등 다양한 천문 현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은 괴베클리 테페 사람들이 한참 앞서 고도의 천문학적 지식을 갖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고대인들이 목격하고 기록한 천문학적 사건을 중심으로 새로운 종교나 신앙이 탄생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종교적, 문화적 변화가 초기 문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줬고, 이후 사회 구성에도 관여했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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