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절반은 도마뱀, 절반은 뱀인 쥐라기 파충류 생물이 발견됐다. 크기가 현생종 고양이만 한 이 생물은 브뤼그나사일 엘골렌시스(Breugnathair elgolensis)로 명명됐다.
미국과 영국 고생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이달 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에 약 1억6700만 년 전 서식한 신종 파충류 브뤼그나사일 엘골렌시스를 소개했다.
도마뱀과 뱀의 특징을 모두 가진 기묘한 생명체는 파충류 진화의 역사를 알게 해 줄 귀중한 샘플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몸통은 도마뱀처럼 짧고 사지가 있는 한편, 입이나 이빨은 뱀을 연상케 하는 외형이 특징이다. 고양이 정도의 작은 크기지만 당시 생태계에서는 최대급 포식자였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화석이 나온 것은 지난 2015년이다. 스카이섬은 쥐라기 화석이 풍부한 곳으로 공룡과 고대 포유류, 파충류 등 여러 생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유독 특이한 모양의 화석을 입수한 연구팀은 10년에 걸친 조사를 통해 마침내 신종임을 밝혀냈다.
미국 뉴욕자연사박물관 로저 벤슨 연구원은 "뱀과 도마뱀의 특징을 모두 가진 기묘한 생물은 외관부터 특이했다"며 "당초 다양한 동물의 뼈가 뒤섞인 것으로 봤으나 오랜 시간 상세한 분석에 따라 모든 뼈가 하나의 생물을 구성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파충류의 몸길이는 약 40㎝이고, 약 1억6700만 년 전 쥐라기 중기에 서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몸집이 작지만 당시 스카이섬 주변에서는 가장 큰 도마뱀이자 소형 동물을 사냥하는 포식자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이 희한한 파충류가 작은 도마뱀이나 포유류는 물론 육식성 새를 닮은 공룡류 파라베스나 잡식성 공룡 헤테로돈토사우루스의 새끼까지 폭넓은 생물을 잡아먹었다고 봤다.
그 근거로 연구팀은 뱀의 그것처럼 굽은 날카로운 이빨과 큰 각도까지 벌어지는 턱을 들었다. 현생종 비단뱀과 흡사해 사냥감을 잡아 통째로 삼키는 사냥 스타일을 연구팀은 떠올렸다. 현생종 도마뱀처럼 잘 발달된 사지 덕에 뱀보다 훨씬 빠른 이동이 가능해 사냥감 추적이 쉬웠다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로저 벤슨 연구원은 "브뤼그나사일 엘골렌시스는 모자이크 진화의 아주 좋은 표본"이라며 "몸의 여러 부분이 독자적으로 변해가는 모자이크 진화는 다양한 몸의 특징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출현과 소실, 재출현을 반복하기 때문에 생물 진화 연구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브뤼그나사일 엘골렌시스의 정확한 계통은 특정하지 못했다. 이 생물이 뱀의 조상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진화의 길에서 출현한 생명체인지 조사 중이다. 일단은 이 생물이 줄기계통(stem lineage)은 확실하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줄기계통이란 특정 그룹의 진화 흐름 속에서 현생종에 이르기 전 멸종한 오래된 계통이다.
로저 벤슨 연구원은 "줄기계통은 어떤 생물종 진화 계통의 바깥쪽에 해당하는 조상 그룹"이라며 "만약 브뤼그나사일 엘골렌시스가 줄기계통에 속한다면 도마뱀과 뱀 모두의 진화에 영향을 준, 말하자면 공통의 오래된 조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10년에 걸친 이 화석 분석 결과 풀어낸 것도 많지만, 모든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며 "조사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뱀과 도마뱀의 진화와 관련된 놀라운 진실이 밝혀질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