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잉어를 퇴치히기 위해 헤르페스(herpes) 투입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관심을 끈다. 헤르페스란 피부에 물집을 만드는 단순포진 바이러스로, 특히 2형은 생식기 주변에 포진을 만드는 일종의 성병이다.

호주 정부가 10일 공식채널을 통해 언급한 헤르페스는 'KHV(koi herpesvirus)', 학술명은 'Cyprinid herpesvirus 3'다. 잉어에 전염성이 강한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의미하며 성병과는 관계가 없다. koi(コイ)와 Cyprinus는 모두 잉어를 지칭한다. KHV에 감염된 잉어는 24~48시간 내에 죽는다.

어쩌다 호주 정부는 잉어를 몰살시키려고 바이러스까지 검토하게 됐을까. 호주는 현재 잉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통제불능 수준으로 늘어나는 잉어로 인해 일부 토착 식물과 동물의 씨가 마르는 등 연간 5억 호주달러(약 43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6년부터 바이러스로 잉어를 방제한다는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결국 지난달 호주 정부 과학자들이 KHV를 대륙 최대 담수 공급원에 방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불어난 잉어에 골머리를 앓는 호주 정부 <사진=pixabay>

반응은 비관적이다. 호주 엑스터대학교 재키 라이튼 박사는 "그간의 연구에서 보여주듯 장기적으로 잉어 수를 줄일 가능성은 낮다"고 단정했다.

응용생태학저널(Journal of Applied Ec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팀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분석하고 예방하는데 사용되는 것과 흡사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KHV를 퍼뜨릴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예측했다.

그 결과 KHV에 의해 잉어의 95%가 죽는다고 해도, 일부는 여전히 내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잉어 한 마리는 한 번의 번식주기에 100만개 이상의 알을 생산한다.

특히 물에 병원균을 풀어놓으면 물 부족에 시달리는 호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인간과 다른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득보다 실이 크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라이튼 박사는 "코로나19에서 보듯 바이러스는 예측하고 관리하기 어렵다"며 "고병원성 바이러스로 취약한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과학자들은 지난 5년간 호주 정부에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말라고 촉구해 왔으며, 2018년 2월 사이언스 저널에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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