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통 종이공예 키리가미(きりかみ)에서 영감을 얻은 낙하산이 실증 실험을 통과해 주목된다. 목표 지점에 대한 정확한 투하가 가능해 물류나 구호물자 전달, 우주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기계공학 연구팀은 이달 초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보고서를 내고 키리가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신형 낙하산의 실증 실험 과정을 소개했다.
이 낙하산은 자유낙하 시 목표 지점을 향해 똑바로 강하하는 것이 특징이다. 식량이나 물, 의약품 등 중요한 구호물자를 정해진 장소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실험은 드론으로 낙하산을 공중에 끌어올리고 자유낙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떨어뜨리는 순간 중앙에 자리한 무게추 부분이 처진 형상이 되고, 낙하산은 똑바로 낙하해 목표 지점에 정확히 착지했다. 적당한 항력이 발생해 구성물도 파손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반 낙하산은 크게 펼쳐져 내부에 공기를 끌어안고 항력을 발생시켜 강하하는 속도를 늦춘다. 항력의 양은 낙하산의 형상이나 주위의 공기 흐름 등에 영향을 받아 변화한다. 과도한 항력이 발생하면 낙하산 상부에 소용돌이가 만들어져 강하 경로를 예상할 수 없게 된다.
이 낙하산은 일본 키리가미 패턴으로 잘린 플라스틱 시트에서 착안했다. 특정 패턴으로 시트를 절단하면 새로운 기계적 특성이 생긴다는 점에 주목한 연구팀이 시행착오 끝에 완성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우리 낙하산의 특징 중 하나는 특별히 접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또한 기존의 낙하산과 달리 목표 위에서 떨어뜨리면 거의 수직으로 착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재나 부자재는 모두 쉽게 입수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낙하산을 만들 수 있다”며 “인도적 지원을 위한 물자 투하에 큰 도움이 되며, 향후 우주개발에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낙하산에 새로운 특성을 부여하는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절단 패턴을 변경하면 낙하산 강하 시 회전력이 생기거나 낙하하기 전 일정 시간 활공이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