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49℃에 달하는 데스밸리에서 자라는 식물이 미래 농업의 양상을 바꿀 희망으로 급부상했다. 극한의 땅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생명력이 최근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연구팀은 7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데스밸리의 고온 환경에서도 광합성을 계속하는 식물 타이데스트로미아 오블롱기폴리아(Tidestromia oblongifolia)를 소개했다.

데스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로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여겨진다.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낮은 데스밸리는 여름 기온이 섭씨 49℃를 넘는데, 타이데스트로미아 오블롱기폴리아는 꿋꿋하게 자라난다.

극한의 고온 환경에서 오히려 잘 자라도록 진화한 애리조나 허니스위트 <사진=카린 프라도>

쌍떡잎식물인 타이데스트로미아 오블롱기폴리아는 애리조나 허니스위트(Arizona honeysweet)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국 남서부에서 멕시코 북부에 걸친 건조지대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붉은빛을 띠며, 작고 두꺼운 타원형 잎의 표면은 은녹색으로 빛난다.

연구팀은 이 식물을 데스밸리와 같은 고온 환경에 이틀 동안 노출했다. 그 결과 광합성의 한계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가장 효율적으로 광합성이 이뤄지는 온도가 무려 45℃라는 사실도 파악했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식물의 광합성 온도 중에서 가장 높다. 

미시간주립대 카린 프라도 박사는 “애리조나 허니스위트의 내부에 저장된 유기물 총량은 불과 열흘 만에 3배로 늘었다”며 “내열성이 높다는 다른 식물들은 성장을 멈추고 시들었음에도 홀로 팔팔한 애리조나 허니스위트의 생명력은 사막에서 진화한 독자적 메커니즘이 비결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데스밸리 환경을 그대로 옮긴 실험실 <사진=카린 프라도>

이어 “이 식물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내열성이 높다”며 “고온에도 생존이 가능한 것은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가 광합성을 하는 엽록체 바로 근처로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애리조나 허니스위트의 엽록체는 컵과 같은 형태로 진화했다. 이는 고등식물에서는 처음 관찰된 구조다. 연구팀은 이런 구조 변화로 인해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재사용해 광합성이 고온에도 안정적으로 이뤄진다고 봤다.

또한 이 식물은 고온에 노출되면 1일 이내에 수천 개의 유전자 기능을 전환해 단백질이나 세포막을 지키는 구조를 활성화했다. 게다가 광합성과 관련된 효소 루비스코(RuBisCO)를 활성화해, 45℃ 넘는 환경에서도 생명력을 유지했다.

내부 온도가 45℃인 실험실에서 오히려 빨리 자란 애리조나 허니스위트 <사진=카린 프라도>

카린 프라도 박사는 “이 식물은 세포와 유전자의 기능을 빠르게 변화시킴으로써 고온에서도 광합성을 계속할 수 있다”며 “이 경이적인 적응력을 응용하면 고온에 강한 미래 작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사는 “현재 애리조나 허니스위트의 유전자 및 세포 구조를 분석 중이며, 향후 고온에 강한 작물을 개발할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더라도 작물을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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