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만들어낸 것으로 추측되는 가상의 천체 테이아는 태양계 안에 존재했다는 새로운 가설이 제기됐다. 그간 학자들은 외계에서 왔다고 여겨왔다.
독일 막스플랑크 태양계연구소와 미국 시카고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했다.
테이아는 지금으로부터 약 45억 년 전, 탄생한 지 얼마 안 된 지구에 비스듬히 충돌한 화성 만한 가상의 천체다. 그 충격으로 테이아는 산산조각이 났고, 지구의 일부도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나갔다. 이후 지구 주위를 돌던 파편들이 토성 고리처럼 원반을 형성했다가 중력에 의해 모여 하나의 천체가 된 것이 달이다.
이런 거대충돌설(Giant Impact Hypothesis)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과연 테이아가 어디서 왔는지까지 특정하지는 못했는데, 이번 연구에서 태양계 외부 유입설이 떠올랐다.
연구팀은 거대충돌설이 맞는다고 가정하고, 지구와 달의 암석에 남은 얼마 안 되는 흔적을 분석해 테이아의 정체를 파헤쳤다. 테이아가 어떤 성질을 가졌고 어디서 형성됐는지 밝히기 위해 지구와 달에 남은 화학적 흔적을 조사했다.
시카고대 티모 홉 연구원은 "테이아 자체는 충돌로 인해 완전히 파괴됐지만 그 성분 중 일부는 지구와 달에 남아 있다. 테이아의 기원을 찾는 단서는 흔히 동위원소라고 부르는 원자의 종류 차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동위원소는 같은 원소라도 무게가 약간 달라 천체가 태어난 곳에 따라 그 비율이 달라지므로 일종의 ID와 같다"며 "초기 태양계에서는 장소에 따라 동위원소의 비율이 달랐기 때문에 이를 살펴보면 테이아가 태양계의 어디서 왔는지 추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미국이 아폴로 계획 과정에서 회수한 달의 암석과 지구의 암석을 비교하며 철의 동위원소 비율을 고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각 암석의 철 동위원소 비율은 구분이 불가능할 만큼 비슷했다.
달이 거대충돌로 형성됐다면 테이아의 특징이 남아 있을 텐데 지구와 비슷한 것은 의외다. 연구팀은 현재의 지구와 달의 암석 데이터를 토대로 과거로 시간을 돌려 시뮬레이션하는 한편, 크롬과 몰리브덴 같은 다른 원소도 분석했다.
티모 홉 연구원은 "지구에서는 핵이 생기는 과정에서 무거운 철 등은 중심부로 가라앉지만 핵에 가라앉지 않는 원소는 그대로 맨틀에 남는다"며 "이 성질을 이용하면 각 원소가 언제 지구에 왔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조사 결과 현재 지구 맨틀에 있는 철의 일부는 지구 핵이 생긴 뒤 외부에서 온 테이아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테이아가 태양계 바깥에서 날아온 것이 아니라 태양계 안쪽에 있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지구와 테이아가 이웃한 천체였고,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 장소에서 형성된 것으로 추측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가상의 천체 테이아의 유래를 과학적으로 고찰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