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가 손상되거나 마비된 사람도 얼마든 이야기할 수 있는 목에 붙이는 패치가 개발됐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개선할 점이 있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나 질병으로 성대가 상한 이들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생물공학 연구팀은 12일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서 목에 붙이면 성대를 사용하지 않고도 목소리를 내는 패치를 소개했다.

음성은 인간의 주된 의사소통 수단이지만 병리학적 또는 물리적 손상으로 발성장애가 생길 가능성은 누구나 안고 있다. 실제로 미국 보건당국이 최근 낸 통계에 따르면 현지인의 29.9%가 생애에 적어도 한 번은 발성장애를 겪었다. 발성장애를 현재 가진 사람도 7%나 되고, 그 영향으로 일을 쉬거나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성대 부분에 붙이는 패치. 목소리를 낼 때 근육 움직임을 감지해 음성으로 변환한다. 다중 구조에 신축성이 뛰어나며 빗금을 내 목에 잘 붙게 했다. <사진=UCLA 공식 홈페이지·쯔위안 추>

이런 점에서 연구팀은 누구나 성대를 쓰지 않고 말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2021년 얇은 실리콘에 초소형 자석을 매립, 전기 신호 변환 장치를 만들었던 연구팀은 이를 응용, 사람이 말할 때 근육 움직임을 읽어 음성으로 변환 가능한 전기 신호를 생성하고자 했다.

연구를 이끈 UCLA 생물공학과 쯔위안 추 조교는 "목에 붙이는 패치는 5중 구조로, 가운데 실리콘 층과 자석이 근육 움직임에 따라 자기장을 생성한다"며 "이를 구리선 코일을 심은 2개 실리콘 층이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 실리콘 층은 아주 얇고 유연해 목에 부착할 수 있을 정도의 신축성이 있다"며 "패치는 19세기 이후 일부 단단한 금속이 기계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자기 특성이 변화한다는 점을 적극 이용했다"고 전했다.

패치의 구조. 가운데 자기역학 결합층(magnetomechanical coupling(MC) layer)을 중심으로 휘는 코일을 심은 자기유도층(magnetic induction(MI) layer)을 양면에 붙이고 다시 최대 200㎛(마이크로미터)가 넘지 않는 초박형 유기규소 화합물(polydimethylsiloxane, PDMS)을 덮어 마감했다. <사진=UCLA 공식 홈페이지·쯔위안 추>

연구팀은 완성된 패치를 발성에 문제가 없는 피실험자 8명을 모아 실험했다. 피실험자들은 패치를 목에 붙인 상태에서 목소리를 냈고, 연구팀은 이때 목의 움직임을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쯔위안 조교는 "예컨대 피실험자들은 '메리 크리스마스' 같은 짧은 문구 또는 보다 긴 문장을 걷거나 일어서는 등 일상적 동작을 하면서 100회 반복했다"며 "훈련된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목의 움직임에 따라 생성되는 전기 신호를 정확도 95%로 음성 변환했다"고 말했다.

조교는 "패치는 피실험자가 실제로 목소리를 낸 경우는 물론, 목소리를 내지 않고 목을 움직인 경우에도 높은 확률로 음성으로 바꿨다"며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고, 발성 장애를 가지지 않는 사람들로 실험한 점 등 한계가 있으나 보다 고도화하면 획기적인 장치가 완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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